좋은 말씀/한경직목사

십년의 은총 -- 영락교회 창립 10주년 기념 예배 --

새벽지기1 2017. 3. 9. 12:34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사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예배니라』(롬12:1)


1954년 12월 2일에 약 20명의 신앙 동지가 베다니 전도 교회라는 이름으로 당시 일본사람이 남기고 간 천리교당 한 모퉁이에서 예배한 것이 어제인 듯 한데 어르듯 1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걸어온 자취를 잠깐 회고할 때에 실로 문자 그대로 감개무량합니다. 이 10년 간 우리 민족은 혼란한 비극적인 시대를 지내왔습니다. 38의 마선(魔線)은 그냥 있고 참혹한 6·25 사변의 가지 가지 처참하고 가련한 체험을 우리가 다같이 겪어 왔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하나님께서 본 교회를 세워 주시고 길러 주시고 지금까지 지켜주셔서 오늘 우리가 10주년 기념일을 당할 때에 오직 우리는 성경의 말씀대로 하나님이 자기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한 모든 것을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마음으로 생각하지 못하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읽은 로마 11장 33절 이하의 말씀과 같이『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부요 함이여 그의 판단은 측량치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 누가 주의 마음을 알았느뇨 누가 그의 모사가 되었느뇨 누가 먼저 주께 드려서 갚으심을 받겠느뇨 이는 만물이 다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영광이 그에게 세세 에 있으리로다 아멘. 그런고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영적 예배니라』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신 것입니다.


창립 당시에 38전이 이렇게 오래 계속될 것을 예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렇게 피난민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몰려올 줄도 알지 못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교회를 시작할 때에 이 자리에 성전을 지을 계획도 없었습니다. 물론 그 후에 교회를 지을 필요가 생길 때 처음에는 간단히 천막 교회로 시작하려던 것이 점점 돌 천막 성전으로 변하여져서 그것이 오늘날 이와 같은 교회를 이루었습니다. 다 하나님의 하신 일 뿐입니다. 우리는 6·25사변으로 두 번째 눈물로 이 서울을 후퇴할 때 사실 그때까지 이 예배당이 보존되기를 기대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또한 그들이 예배당을 없이하려고 불을 놓고 달아났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이 교회를 보존해 주셨습니다. 피난 당시에도 대구나 부산 제주도에 새로운 영락교회가 서게 된 것도 우리의 특별한 경영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그저 하나님께서 그렇게 되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10주년 기념 주일을 당해서 우리는 먼저 오직 하나님께만 모든 영광을 돌리는 바입니다.


긍휼과 자비심이 풍성하신 하나님께서 그저 포악한 공산당에게 집 잃고 재산을 일고 가족은 사상되어서 허둥지둥 38선을 넘어온 피난민을 불쌍히 여기서서 광야에 반석같이 이 교회를 세우시고 눈물 골짜기에 샘물이 되게 하신 것뿐입니다. 할 수 없는 피난민들이 이 베다니 뜰에 와서 잃었던 가족 혹은 친구를 만나게 되어 같이 울고 웃으며 오직 살아 계신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그를 의지하고 다시 예배하게 된 것뿐입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자를 민망히 여기시는 주님은 그들을 위로하셨고 그들을 격려하셨고 새로운 소망과 능력을 주셨습니다.


시편의 말씀대로 저가 내 모든 죄악을 사하시고 인자와 긍휼로 관을 씌우시며 좋은 것으로 네 소원을 만족케 하사 네 청춘으로 독수리같이 새롭게 하신 것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직 모든 영광과 존귀(尊貴)와 감사를 우리 주님께 돌리는 것입니다. 너희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고 하나님께서 시내 산에서 모세에게 명하셨습니다. 오늘 창립 10주년 기념일을 당해서 고요히 생각해 보면 오늘 우리가 밟고 다니는 이 베다니 뜰은 퍽 거룩한 땅입니다. 이 곳에 하나님께서 나타나셨고 이 곳에 하나님께서 일하셨고 지금도 일하시는 까닭입니다. 성신께서 지금도 우리 가운데 계셔서 역사 하십니다.


베다니 뜰은 거룩한 땅입니다. 왜? 아마 제 생각에 한국 어느 곳보다도 이 베다니 뜰이야말로 북한에서 넘어온 성도들이 가장 많아 눈물 흘리고 가장 많이 땀 흘린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눈물의 기도, 땀의 봉사와 터가 곧 이 베다니 터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곳이 거룩한 땅인 것은 이곳이야말로 순교자의 거룩한 피가 이 땅을 적시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김응락 장로님께서 바로 이 예배당 문 밖에서 자기의 신앙을 위하여 뜨거운 피를 흘리셨습니다. 아! 베다니 뜰에 들고 나는 무리들이여 무심히 이 뜰을 밟지 마십시오. 내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라고 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10년간이나 꾸준히 축복하신 하나님께 우리는 무엇으로 갚으려 하십니까? 옛날 시인의 말과 같이『여호와께서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무엇으로 보답할고 내가 세려고 할지라도 그 수가 모래보다 많도소이다』라고 우리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 영락의 성도들이여 10년의 은총을 무엇으로 보답하여 하십니까? 하나님의 말씀에『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고 하십니다. 몸으로 산 제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물론 여러분 가운데 대부분이 이미 몸을 하나님께 드린 줄 압니다. 이미 세대를 본받지 않고 온전히 변화해서 새로운 몸이 되신 줄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또 한번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유명한 선교사 리빙스톤이 죽기 며칠 전에 남긴 일기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오! 내 하나님이여 나는 오늘 아침 새롭게 또 온전히 내 몸을 주님께 다시 드립니다.』
오늘 우리 영락교회의 교우들은 이 10주년 기념 주일 아침 새롭게 온전히 그 몸을 다시 드리는 이 거룩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마 여기 앉은 여러분의 대부분의 이름이 우리 교회 머리 돌 속에 들어간 줄 압니다. 기념할 만한 이 날 아침에 우리의 이름이 감추어진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새로운 충정을 맹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남자 교우들은 피로써 이 교회를 지키고 피로써 이 교회를 위해 최후까지 일하시다가 순교하신 김응락 장로님의 신앙을 계승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오늘 이 자리에 나와 앉은 영락의 여자 교우들은 함을 열고 지극히 귀한 향유를 주님의 머리와 발에 붓고 머리털을 풀어 발을 씻은 베다니 마리아의 그 진실 된 믿음, 온전한 그 헌신을 계승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찌 몸뿐이겠습니까? 몸에 있는 모든 것을 드리십시다. 우리의 자녀도 재산도 드리십시다. 자식도 여호와께서 주신 기업이요 재산도 여호와의 주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10주년 기념일을 당하여 우리로 하나님께서 이 영락교회에 맡기신 큰 사명을 재인식하여야 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10년 전에 우리 교회를 이 수도 서울 중앙에 세워주신 것은 그의 크신 목적이 있는 줄 압니다 나무를 10년이나 기른 것은 그 열매를 얻기 위한 목적이 있는 줄 압니다. 그 사명을 간단히 말하면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진리의 등대를 삼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줄 압니다.

하나님께서 이 영락교회로 하여금 진리의 밝은 등대를 삼고자 하는 목적이 계신 줄 압니다. 오늘날처럼 교계가 사상적으로 또 질서 적으로 혼돈한 때는 별로이 없는 줄 압니다.
이성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는 경향이 너무 많습니다. 도처에 일어나는 교회의 분규와 분열 사이비 종파의 발생과 이단 사설의 횡행 이런 가운데서 길 잃고 방황하는 양의 무리가 얼마나 많습니까? 압살롬을 잘못 따르던 무리가 마지막에 어떻게 된 것을 우리가 잘 압니다.
황국주를 따르던 무리의 말로가 어떻게 된 것을 우리가 잘 압니다. 이러한 때에 진리의 등대를 밝혀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기고 온전한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여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케 하는 것이 이 교회의 사명입니다. 우리가 10주년 기념 사업으로 기도원을 설립하는 뜻의 일단이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복음 전파와 민족 교회의 사명입니다.

무엇이 귀하다 하지마는 제일 귀한 것은 사람의 생명입니다. 영혼입니다. 이 영혼의 구원은 오직 십자가의 복음밖에 다른 데서 얻을 데가 없습니다 현대 한국에 필요한 양이 많겠지마는 먼저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약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썩어져 가는 양심을 고치는 약이 있어야 우리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토대가 튼튼해야 튼튼히 설 것입니다. 우리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우리는 온 민족을 주님께 인도할 때가지 우리의 모든 것을 다 드려야 되겠습니다. 지금 20여 곳에 전도자를 보낸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닙니다. 아직도 우리의 사명이 얼마나 크고 중하다고 하는 것을 十주년 기념식을 당해서 재인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 줄 압니다.


셋째는 사회와 국가에 처한 봉사와 사명인 줄 압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입니다. 사랑에는 반드시 봉사와 희생이 따릅니다. 지금 본 교회에서 보린 원, 경로원, 모자원 성경구락부 고등 공민학교 등 이런 것으로만 우리가 만족할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기관들을 우서 완전케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교회의 장래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특별히 사회적으로 교육 방면에 봉사하지 아니하면 아니 될 것입니다. 우리의 10주년 기념 사업 가운데 하나로서 국민학교를 건축하려고 하는 것도 여기에 일단이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의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내가 내 반석 위해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하셨습니다. 이 교회는 주님께서 세우신 교회요 이 교회를 믿음의 반석 위에 세운 까닭에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합니다. 또 들으세요. 이 집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교회요 진리의 기둥과 터입니다. 이 집은 영원히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교회로서 진리의 기둥과 기초로써 영원히 이 땅 위에 남을 것입니다. 10주년의 은총을 보답할 수 잇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 오늘 간절히 기도하십시다. (1955년 12월 4일·10주년 기념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