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존 칼빈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칼빈의 관심과 노력 / 장희종 목사(대구 명덕교회)

새벽지기1 2016. 4. 19. 07:27


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칼빈의 관심과 노력

 

장희종 목사(대구 명덕교회)

고신대 신학과 졸, 아세아연합신학원에서 아시아 교회사, 화란 깜뻔 신학교에서 청교도 역사를 공부했다. 학생신앙운동 대표간사, 경신여고 교목, 한국 기독교선교원 원목으로 사역했고, 현재 대구 명덕교회를 담임, 총회 유지재단 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칼빈은 그의 목회 초기에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안내로서 십계명을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 강요] 초판과 1537년에 젊은이들을 위한 [신앙에 관한 교훈]이란 제목으로 쓴 소요리 문답에서 십계명을 보다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1539년 기독교 강요 새 개정판에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라는 절을 첨가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다가 1559년판 기독교 강요 제 3권에서는 다섯 장에 걸쳐서 그리스도인의  삶의 문제를 확대하여 취급했다. 제 6장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성경적인 논거', 7장 '그리스도인의 삶의 핵심으로서의 자기 부정', 8장 '십자가를 지는 것', 9장 '내세에 대한 명상', 10장 '현세 생활과 그 보조 수단들을 사용하는 법'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칼빈은 여기서 성경의 교훈을 근거하여 그리스도인의 삶을 이 세상에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영적 성숙의 한 과정으로서 끊임없이 자기를 부인하면서 주님을 본받아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삶이라고 했으며, 그 궁극적인 목표는 내세에 있다고 생각했다.

 

 칼빈은 목회자 답게 그리스도인들의 현세의 삶에 대한 관심이 특별했다. 그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복음서의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예수를 따르도록 부름 받은 자라고 규정하고, 예수의 부르심에 화답할 때 바로 자기를 부르신 그 예수가 이 땅에 오신 구원자로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높이 들리신 그리스도이심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오직 성령으로 말미암아 예수 그리스도와 '신비한 연합'을 이루어 그를 따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칼빈은 그리스도인들이 바른 믿음을 가지고 그리스도를 온전히 따르도록 돕기 위해 기독교 강요와 신구약 성경주석들을 저술했을 뿐 아니라 거의 매일 설교를 하고 믿음이 어린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서신을 기록해 보냈다. 이러한 자료들을 근거해서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칼빈의 교훈을 설교 형식으로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칼빈의 신앙과 신학을 모범으로 생각하고 가르지고 배워 온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교훈이 얼마나 자기의 삶 속에 체질화 되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첫째, 그리스도인의 삶의 핵심은 자기 부인에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죄의 뿌리는 우리의 고집스럽고 이기적인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하나님의 뜻을 완고하게 거스르는 우리의 자아 의지는 성령께서 우리 안에 일으키고자 하시는 변화를 거부하며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할 때 격렬한 내적 싸움을" 일으킵니다. 우리의 "가장 큰 적"은 마귀나 박해자 혹은 세상이 아니라, 바울이 "육체"라고 말하는 자기 중심주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정욕을 거스려 싸우도록" 부름 받은 것입니다.

 

 우리의 완고한 이기적인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권리를 복종"시켜야 하고 "우리를 거스려 싸우기 위해서는... 가장 무서운 질병인 투쟁욕과 이기심을 성경의 교훈을 따라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뽑아버려야 합니다. 우리의 본성을 부정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법에 순종하는 "첫 걸음"이 되며, 그런 삶을 계속해 갈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 앞에 온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성도들이여! 이러한 자기 부인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한 것입니다. 예수님이 자기 부인의 삶을 사셨기 때문에 이제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자기를 부인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핵심은 자기 부인의 삶에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둘째, 그리스도인의 삶은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십자가를 지는 삶"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온전히 복종하는 법을 배우는 학교는 수도원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학교"입니다. 더욱이 우리 각자가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직업에 종사하며 살아갈 때 하나님은 우리 개개인을 아름답게 다듬어 가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십자가를 주사 우리를 시험하시며 우리로 하여금 더욱 더 철저히 자신을 부인하게 하여 주의 것이 되게"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가혹하고 어려운 조건들"을 피하려 할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 재앙"이 가득한 이 고난의 현실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난하든 부하든 "십자가를 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여! "우리는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 속에 우리 인간이 처한 상황을 운명이나 우연으로 설명하려는 여지를" 남겨 두어서는 안됩니다. 긍휼이 많으신 하나님은 우리의 이해를 초월하여 일하시는 분이시며 우리의 고통 뿐 아니라 우리의 슬픔도 다 알고 계신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셋째, 그리스도인의 삶은 두 세계 사이에 있는 삶입니다.

 

 그리스도인의 하나님 체험은 이 현실 세계를 넘어 내세에 연결되는 "신비적 체험"입니다. 그래서 내세가 우리 앞에 열려지고 우리로 하여금 그 곳을 사모하게 합니다. 하나님은 "야곱, 이사야, 에스겔과 같은 이들에게 개입하셔서 초월 세계를", "거기에는 하나님이 계시며 우리의 현실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음을 보여 주셨습니다. 내세 곧 천국은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여 오르신 곳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승천하신 그리스도와 연합한 자들입니다. 우리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와 영적인 사귐을 갖게 될 때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있는 우리에게로 내려오신 것이며, 우리의 영혼 또한 이곳에서 그분께 들어 올려진 것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위로 들어 올려 천국을 맛 본" 자들입니다.

 

 천국을 맛 본 자는 그 곳을 지향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게 되면 전혀 새로운 삶의 관점이 주어집니다. "이 지상 생활의 모든 활동을 강력하게 지배"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세상의 "거주자가 아니라 단지 이 현실 세계를 통과하여 여행하는 순례자" 의식을 갖게 해 줍니다.

 

 그러니 성도들이여! "주님의 영광에 동참하는 자들이 되기 위해, 주님의 형상으로 온전히 변화될 때까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온전히 헌신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은 이 현실 세계에 갇혀 있는 자들이 아니라 통과하여 지나가는 자들임을 항상 명심하십시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일은...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분께 온전히 헌신하며, 그리고 천국을 열망하는 일입니다." "저 자신 역시 천국의 삶에 사로잡혀 있는 자"입니다. 여러분도 그러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넷째, 그리스도인의 삶은 현실 세계의 것들을 향유할 것이 아니라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온전하거나 강하지 못함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부패한 본성은... 하나님의 통치에 반항하며 극단적이고도 불손한 충동"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언제나 "무질서와 무절제"에 빠질 위험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좋은 선물들은 하나님과 교제를 누리는 데 사용되도록 의도된 것들이나 우리의 부패한 본성 때문에 그것들을 향유하다 보면 파멸에 이르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자기를 부인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것으로부터 자유하기 위해서는 결단해야 합니다. "참으로 우리는 세상을 무가치한 것으로 생각하든지, 아니면 그것을 전적으로 사랑하든지 하게 됩니다. 이 두 사이에는 중간 지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하늘이 우리 고향이라면 이 땅은 타향임이 틀림없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가 내세의 생활을 묵상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을 부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멘.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칼빈의 교훈과 우리의 현실

 

 우리는 현세의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칼빈의 핵심적인 교훈을 설교 형태로 들어 보았다. 이러한 칼빈의 삶에 대한 교훈은 철저히 성경적이다. 그래서 칼빈의 가르침은 개혁신앙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원리요 소중한 유산이다. 이 현세에서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내세를 향해 삶의 초점을 맞추고 "현세가 주는 여러 가지 선한 것들을 누릴 수 있으나" 내적 자유와 그리스도께서 위하여 죽으신 연약한 형제들을 위하여 절제하는 삶을 칼빈주의 신학을 표방하는 장로교회에서 바로 가르쳐지고 훈련되어 왔는가? 그래서 그러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이 되어 있는가?

 

 삶은 이론이 아니라 실제다. 칼빈이 밝혀 준 성경적인 삶의 원리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의 삶은 오직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칼빈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세상 중심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삶을 사는 데 익숙해 졌고, 체질화 되어 버린 자라면 칼빈이 말한 그리스도인의 삶과는 거리가 먼 자다. 그는 적어도 장로교 그리스도인은 아니다. 칼빈은 그의 가르침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를 "만일 우리의 즐거움이 하나님에 대한 경의와 인류 공동의 유익과 상관이 없다면 그러한 즐거움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 월간고신 2009년 8월호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