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 (히 11:4-7)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4. 12. 06:54

해설:

저자는 믿음의 조상에 대한 첫번째 모델로 아벨을 언급한다.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창세기 4장에 나온다. 창세기 본문은, 하나님께서 아벨의 제사만 받으시고 가인의 제사는 받지 않으셨다고만 언급한다(4-5절). 히브리서 저자는 유대 전통에 따라, 아벨이 “더 나은 제물”(4절)을 드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로 인해 아벨은 하나님에게서 “의인이라는 증언”을 받았다. “증언받았다”는 2절에서도 사용된 표현으로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그는 죽었지만”이라는 말로써 저자는, 의롭다고 인정 받았다고 해도 이 땅에서 불행한 운명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히브리서 독자들 중에도 믿는다는 이유로 순교 당한 사람이 있었다. 저자는, 아벨이 육신적으로는 때 이른 죽음을 당했지만 “믿음으로 말미암아 아직도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육신적으로는 죽었으나 하나님 안에서 그는 여전히 살아 있다.

 

두번째 모델은 에녹이다(5절). 아벨과 달리 에녹은 죽음을 겪지 않았다. 창세기에는 “에녹은 하나님과 동행하다가 사라졌다.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신 것이다”(5:14)라고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여기서, 믿음이 좋다고 해서 이 땅에서 모두 같은 운명을 겪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전한다. 에녹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통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렸다는 인정을 받았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에녹처럼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믿음에 대한 또 다른 정의를 제시한다. 믿는다는 말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포함된다. 하나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은 자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상을 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상 주시는 분”은 “보상하시는 분”(rewarder)을 의미한다. 이 땅에서 믿음으로 살면서 추구한 것을 얻는 것을 하나님께서 안겨 주신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존재와 그분의 신실하심을 믿는 것이 그분께 가장 큰 기쁨이 된다. 

 

세번째 예는 노아다(7절). “아직 보이지 않는 일들”은 앞으로 있을 홍수에 대한 예언을 가리킨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믿고 실천했다. 히브리서 저자는 그것을 하나님에 대한 “경외”로 해석한다. 그는 우직한 순종을 통해 “세상을 단죄하고, 믿음을 따라 얻는 의를 물려받는 상속자”가 되었다. 하나님은 노아의 순종을 통해 세상을 단죄하셨고, 노아는 그 순종의 행위로써 의롭다는 인정을 얻었다.

 

묵상: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투명인간으로 취급 받을 때 마음이 상합니다. 엄연히 존재하는데 없는 사람처럼 취급 당하면 자신이 강제로 삭제 당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에 의해 무력한 존재로 무시 당할 때도 마음 상합니다. 자신이 아무런 능력이 없는 존재로 취급 받고 있다는 느낌, 혹은 자신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면, 매우 마음 상하고 분노의 감정도 일어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은 세상이 꺼지는 것 같은 일입니다. 부모가 그런 대접을 받도록 처신한 것이라 해도 그렇고, 부모는 제 역할을 다했는데 자녀가 못되어서 그렇게 대우한다면 더 마음 아픈 일입니다. 부모로서 가장 기쁜 일은 자녀가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신뢰하는 것입니다. 자녀들이, 부모가 늙고 병들어 자신들을 도와 줄 아무런 능력이 없어도 여전히 부모를 사랑하고 의지한다면, 그것은 부모에게 더 없이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에도 이 다이나믹이 적용됩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은 피조물인 우리가 그분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분의 신실하심을 믿고 의지하는 것을 가장 기뻐하십니다. 하나님을 알만한 것이 환히 드러나 있음에도 마음이 어두워지고 생각이 허망해져서 그분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은 그분에게 가장 큰 아픔이 됩니다.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분의 인도와 섭리를 믿고 살아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자녀가 바르게 살아 잘 될 때 부모가 행복한 것처럼, 우리가 바르게 살아 복된 삶을 살 때 하나님은 기뻐하십니다. 

 

믿음으로 산다는 말은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분의 성품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렇게 사는 것을 기뻐하십니다. 그것이 자신을 복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을 복되게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아벨과 에녹과 노아의 삶의 모습이 각각이었던 것처럼, 이 땅에서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죽어도 산다!”는 사실입니다. 

 

기도:

주님, “우리는 믿음으로 살아가지, 보는 것으로 살아가지 아니합니다”(고후 5:7)라는 바울의 고백을 생각합니다. 저희에게도 이 믿음을 주시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