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떠날 수 없는 사랑 (히 10:26-31)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4. 9. 04:45

해설:

앞에서 “그 날이 가까워 오는 것”(25절)에 대해 언급한 후, 저자는 믿음을 배반한 사람의 구원 문제를 다룬다. "진리에 대한 지식을 얻은 뒤"(26절)라는 말은 "복음을 받아들인 후"를 뜻한다. "짐짓"으로 번역된 헬라어 ‘헤시쿠시오스’는 스스로의 선택과 결단을 가리킨다. 율법 규정에 의하면, 실수 혹은 무지로 인해 범한 죄만 제사를 통해 용서받을 수 있고, 고의적인 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민 15:30; 신 17:12). 그렇다면, 복음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진리를 알았으면서도 고의적으로 믿음을 버린다면, 그 죄는 용서 받을 수 없다(“속죄의 제사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남아 있는 것은 “무서운 심판과 반역자들을 삼킬 맹렬한 불”(27절)이다.

 

저자는 믿음을 져버린 사람에게 이토록 무서운 벌이 내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모세의 율법과 예수님의 대속 사건을 비교한다. 모세의 율법을 어기는 행위도 두세 증인의 증언이 있으면 사형으로 다스려진다(28절). 율법을 어기는 것은 하나님을 업신여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영접했다가 고의적으로 등을 돌리는 것은 더욱 무서운 형벌로 다스려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하나님의 아들을 짓밟고, 자기를 거룩하게 해 준 언약의 피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은혜의 성령을 모욕한”(29절)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율법보다 더 크신 분이니, 그에 대한 형벌도 더 무겁다. 

 

여기서 저자는 신명기 32장 35-36절을 인용하여 하나님이 심판자이심을 강조한다(30절).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를 거부한다면, 그에게 남는 것은 그분의 심판 뿐이다. 그것은 무서운 일이다(31절). 

 

묵상:

사람들은 흔히 “구약의 하나님은 심판의 하나님이고, 신약의 하나님은 구원의 하나님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구약성경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죄 짓는 이야기와 그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이야기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그런 인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은 다르지 않습니다. 구약성경도, 신약성경도 모두 하나님의 사랑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랑 이야기의 절정이 십자가 사건입니다. 

 

인간을 그토록 뜨겁게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내어 주신 분이므로 그 사랑을 알고도 배반하는 것은 무서운 진노를 불러오는 일이 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은 인간을 미워할 수도 있고 사랑할 수도 있습니다. 죄 된 인간의 상태를 생각한다면, 거룩하신 하나님은 우리를 미워하시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분은 우리를 사랑하기로 선택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사랑이 더욱 귀합니다. 그 귀한 사랑을 알고도 거부한다면, 그 사람에게 남는 것은 그분의 진노밖에 없습니다. 은혜와 사랑이 큰 만큼, 그것을 거부한 대가는 더 커지는 법입니다.

 

히브리서 독자들 중에는 복음을 받아들였다가 다시 성전 제사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그 사람들에게, 그들의 선택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기억하라고,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처음에는 성전 종교로부터 해방된 것을 감사하고 기뻐했던 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진 결과입니다. 

 

영적 생활에서 가장 조심할 것이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거룩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귀한 것을 하찮게 여기면, 하나님의 은혜에서 떠나는 결과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믿든지 안 믿든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님 안에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분의 은혜와 사랑에서 떠나면 진노와 심판의 땅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결과에 이르지 않으려면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거룩하고 귀한 것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매일 새로워져야 합니다.

 

기도:

주님, 오늘도 마음을 활짝 열고 주님의 은혜를 구합니다. 새벽 공기처럼 저희의 영혼을 맑고 순결하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은혜와 사랑에 예민해지게 하시고 그 안에 머물러 살게 해주십시오. 어떤 상황에서도, 숨이 다하는 날까지, 주님의 사랑에서 떠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이름으로 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