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원수들에게 당하는 고난으로부터 구원해 달라는 탄원의 기도가 계속된다. 1절과 2절에서 다윗은 “언제까지?”라는 말을 네 번 사용한다. 고난은 지속되고 있는데 하나님의 구원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다윗은 하나님이 자신을 잊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1절). 원수들로부터 받는 모함과 폭행보다 하나님께로부터 외면 당했다는 느낌이 그에게는 더 고통스럽다(2절).
그는 속히 웅답해 달라고 간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의 잠”(3절)에 빠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다윗은 지금 무거운 우울감에 짓눌려 있다. 혹시나 절망감 때문에 스스로 생명줄을 놓아 버리지나 않을까 두려워 떤다.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의 원수들은 기고만장 할 것이 분명하다. 그 광경을 상상하니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아서 그는 뜨거운 심정으로 간구한다(4절).
4절과 5절 사이에는 시간적인 간격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1-4절에서 다윗은 절망감 가운데서 간절한 기도를 드렸고, 그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회복했다. 그는 결국 “주님께서 구원하여 주실” 것을 믿게 되었고, 그래서 그는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헤세드)을 놓지 않는다(5절). 그는 이미 구원을 받은 것으로 여기고 주님께 찬양을 올리겠다고 결단한다(6절).
묵상:
우리가 신앙의 위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우울증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 데서”를 작사한 윌리엄 쿠퍼, 부흥 설교자 찰스 스펄전, 마더 테레사, 마르틴 루터 킹 주니어 등이 그랬습니다. 이들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 거대한 싸움을 치뤘던 사람들입니다. 치열한 외적 싸움으로 인해 그들은 우울증이라는 내상을 입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들은 때로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하기도 했고, 정서적으로 깊은 우울의 늪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마음의 질병(우울증, 조현병, 정신분열증 등)을 믿음이 없어서 생기는 병이라고 판단하고 정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에게 버림 받은 것 같은 ‘영혼의 어두운 밤’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다윗은 이 짧은 시편에서 ‘영혼의 어두운 밤’을 경험하면서 우울의 깊은 늪에 빠졌던 경험을 적어 놓았습니다. “언제까지입니까?”라는 절규를 거듭 반복할 정도로 그는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3절의 표현은 그가 생명줄을 놓고 싶은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합니다.
다행히 그는 간절한 기도를 통해 우울의 늪에서 헤어 나왔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헤세드’의 사랑을 계속 붙들기로 다짐합니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문제보다 하나님이 더 크신 분임을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영혼의 어두운 밤’을 지난 적이 있는데, 그 어둠 가운데 하나님께서 같이 계셨음을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질병은 믿음이 없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믿음을 흔드는 병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내가 흔들릴 때에, 나의 대적들이 기뻐할까 두렵습니다”(4절)라고 고백했습니다. 믿음이 흔들릴 때가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더욱 단단히 붙잡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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