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우리 조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수개월 전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계엄령 선포를 모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상이 지나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같은 시대에 계엄령으로 국민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제정신이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조차도 이 사태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긴박했던 그날 밤에 일어났던 일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보도를 들을 수록 점입가경입니다. 부디, 모든 것이 소상히 밝혀지고, 책임 질 사람들에게는 마땅한 책임이 지워 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야만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동시에 혼란스러운 정국이 속히 안정되기를 기도합니다.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너무나 큰 손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저의 지인 한 분은 여의도 가까이에 살고 있습니다. 그는 비상계엄령 선포 장면을 보고 국회 의사당 앞으로 갈 것인지를 두고 잠시 고민했다고 합니다. 어린 자녀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상 계엄 사태로 인해 나라가 혼란에 빠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자녀들에게 더 해로운 일이라고 생각 했기 때문입니다. 그 거대한 위기 앞에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작은 것이지만, 그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의사당 앞으로 가서 작은 힘을 보탰다고 합니다. 보도를 들으니, 이 사태가 빠른 시간 안에 수습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런 사람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번 사태로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것을 보고 아침에 집으로 돌아 왔다고 합니다.
평상시에는 나와 남이 별 상관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의 삶에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자신의 삶에 충실하면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위기가 닥쳐오면 나와 남이 다르지 않습니다. 나의 안전이 다른 사람의 안전이고, 나의 위험이 다른 사람의 위험이 됩니다. 그러니 공동체를 위해 할 일을 찾아 행해야 합니다. 그것을 ‘운명 공동체’라고 부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명 대사 중에 “이러다 가는 모두가 다 죽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만 살아 남으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은 결국 ‘전체공멸’(全體共滅)을 불러온다는 경고입니다. 그런 절박감이 그날 밤에 많은 시민들이 여의도 광장에 모인 이유였을 것입니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저는 기도로 힘을 보탭니다. 단군 창건 이래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는 우리 조국이 나락으로 추락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두고두고 자랑스러워 할 조국이 되도록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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