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교회에서 지내는 하루 하루가 참 새롭고 귀합니다. 제가 이 교회 건물에 정이 깊이 들었던가 봅니다. 아침 일찍 혹은 한 낮에 텅 빈 예배당에 홀로 앉아서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감미로웠는지요! 날씨 좋을 때 교회 앞 정원을 거닐거나 벤치에 앉아 묵상하는 것은 또 얼마나 좋았는지요! 펜더에 가면 또 다른 환경에서 또 다른 경험을 하겠지만, 더 이상 이 귀한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그래서 요즈음 매일 날을 세고 있습니다. 하루가 지나는 것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일과를 보다가 잠시 쉴 때면 교회 구석 구석을 돌아봅니다. 곳곳에 추억이 있고, 함께 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생각이 납니다. 팬데믹 전까지 토요일 새벽 기도회를 끝내면 2층 끝에 있는 라운지에서 아침 식사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곤 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중단 된 이후로 그 전통이 끊겼습니다. 비록 베이글 한쪽과 삶은 계란 그리고 구운 고구마 정도의 음식이었지만, 오붓하게 나누는 그 아침 식사는 믿음의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경험하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풍파도 없지 않았습니다. 마음 아픈 일도 겪었습니다. 하지만 눈 감고 과거를 돌아보는 저의 마음에는 감사했던기억만 떠오릅니다. 그것도 주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은혜인 듯합니다. 좋은 기억을 마음에 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도우시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간에 CUMC 교회 교우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전해 드렸습니다. 매튜 목사님은 환송 모임을 갖자고 제안하셨는데, 이사 준비와 여러가지 행사 준비로 응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두 교회 교우들 사이에 교제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환송 모임을 가진다는 것도 어색해 보였습니다. 환송 편지를 통해 그동안 받은 은혜에 대해 깊은 감사를 전했습니다.
엊그제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누가 노크를 했습니다. 문을 열고 보니, 봉사 활동을 위해 교회에 자주 오시는 CUMC 교인께서 찾아오셨습니다. 80이 훨씬 넘어 보이는 분인데, 만날 때마다 잔잔한 미소와 인품에 고개를 숙이곤 했습니다. 그분이 제 손을 꼭 잡으면서 헤어져서 너무 서운하다고, 새 교회에서 더 크게 발전하기를 기도한다고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그런 분을 몇 만났습니다. 세포 전체가 성화된 것처럼 보이는 분들입니다. 여러 세대를 거쳐 내려오면서 그리스도인의 덕으로 양육된 결과처럼 보입니다. 오래 전 뉴저지에서 작은 백인 교회를 섬길 때도 그런 분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한인 교인들은 백인 교인들의 신앙이 미적 지근 해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분들을 만나고 보면 수백 년을 거쳐 전해진 신앙의 유산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깨닫고 겸손 해집니다. 이런 분들을 만나게 된 것도 역시 마음에 담고 갈 큰 축복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 > 김영봉목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식구로 살기 / 김영봉 목사 (0) | 2025.01.06 |
---|---|
실력 행사의 기회 / 김영봉 목사 (0) | 2024.12.29 |
<사귐의 소리 2025>를 준비하며 / 김영봉 목사 (0) | 2024.12.17 |
조국을 위한 기도 / 김영봉 목사 (2) | 2024.12.09 |
이사 가는 날 / 김영봉목사 (1) | 2024.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