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노벨 상이라니, 그것도 문학상이라니!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10. 21. 06:40

2016년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영국에서 주는 ‘맨 부커 상’을 받았다고 해서 구입하여 읽었습니다. 몰입하여 읽기는 했지만, 깊은 감동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채식주의자이기를 선언한 이후에 주인공이 당하는 상황과 그로 인해 주인공이 겪는 아픔이 저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 이후로 출간되는 그의 작품을 찾아 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받은 첫번째 노벨상이 평화상이고 두번째 받은 상이 문학상이라는 사실은 의미가 큽니다. 우리가 비록 과학 연구에는 뒤쳐져 있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는 뛰어난 민족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음악, 미술 같은 영역에서는 이미 탁월성을 입증한 우리 민족이 드디어 문학에서도 그 탁월성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채식주의자>를 읽으면서 한강 작가가 이 정도로 훌륭한 작가로 인정받게 될 줄 몰랐습니다. 좋은 문학 작품은 독자의 사상 세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법인데, 제가 그것을 견디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한강 작가의 인터뷰 영상과 글을 찾아 읽으면서 그가 숨겨진 보석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줍은 미소로 어수룩하게 말하는데, 그 뒤에 대단한 것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낙양지귀’(洛陽紙貴)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낙양지귀’는 춘추시대의 어느 시인의 작품이 너무 인기가 좋아서 종이 값이 폭등한 사건에서 나온 사자성어입니다. 인쇄소에서 밤을 새워 찍어내도 주문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출판계와 서점가에서는 이런 변화가 다른 책들로 번져 나가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보통 사람들은 한강 작가의 수상을 마냥 기뻐하고 축하하지만, 그와 비슷한 수준에 있는 다른 작가들의 마음은 기쁘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노벨상 위원회에서 한강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말은 현존하는 한국 작가들 중에서 한강 작가가 일등이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학에는 등수를 매길 수 없습니다. 어느 면에서 보는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중은 마치 한강 작가가 최고인 것처럼 열광하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한국 문단과 한국 문화의 영광입니다. 이 사건은 한국 작가들 중에서 세계적 수준에 오른 작가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한강 작가의 작품만 찾지 말고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찾아 읽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우리 작가들의 수준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그렇기는 해도,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참으로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민족적 자존심을 한껏 높여준 사건입니다. 앞으로 우리의 자녀들이 미국 학교에서 이민진 작가나 한강 작가의 작품을 두고 타 인종 아이들과 대화할 것을 상상하면 가슴 벅찬 무엇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