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정답 없는 인생길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9. 8. 07:33

 추석이 가까워지면 떠오르는 글이 있습니다. 2018년 9월 21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 라는 칼럼입니다. 이 글은 최근 몇 해 동안 발표된 칼럼 중에 가장 많이 읽혔고 가장 강한 기억을 남긴 글입니다. 해학과 기지가 넘치는 글이며, 뭔가 골똘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추석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는 누구나 말문이 막히게 마련입니다. 그런 질문은 대개 위기의 상황에서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추석 때 오랜 만에 만난 친척으로부터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만나면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응수하라는 짖궂은 제안을 합니다. "언제 결혼할 거니?"하고 물으면 심각한 표정으로 "결혼이란 무엇인가?" 하고 말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질문한 사람이 머쓱해 져서 입을 다물 거라는 겁니다.


   이 글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아주 은밀하게 "당신은 근본적인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무시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혹은 "사람은 왜 사는가?" 같은 질문들에 대한 정답은 찾기 어렵습니다. 사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때문에 묻다가 포기합니다. 하지만 때로 정답 없는 그 질문 앞에 다시 서야 합니다. 정답은 없다 해도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교회 설립 주일을 맞습니다. 교회의 생일을 축하하고 감사하면서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교회는 무엇인가? 목회는 무엇인가? 목사는 뭐 하는 존재인가?


   목회자 세미나에 자주 불려 다니면서 이와 같은 질문을 두고 자주 대화를 나눕니다. 신학 교과서에서 보는 답으로는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의 신앙 생활과 교회 생활을 통해 "이거다!" 싶은 답을 얻고 싶습니다. 하지만 신학교수 생활 십 년과 목회 생활 이십 년을 지나는 지금, 저는 아직도 정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때 그때 주어지는 상황 속에서 정답을 찾으며 걸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정답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전에는 결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답을 알지 못하여 늘 답을 찾기 위해 힘쓰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사회를 어지럽히고 하나님의 뜻을 그르치는 사람들은 정답을 찾았다고 믿고 자신이 생각하는 정당이 아니면 모두 부정하려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대해, 목회에 대해 저는 정답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오늘까지 나를 인도하신 주님의 손길에 저 자신을 더욱 돈독히 맡기고 그 인도를 따라 겸손히 살아가기를 힘쓸 뿐입니다. 저는 정답을 모르지만 주님은 알고 계십니다. 자전거를 운전하는 아버지가 길을 알고 있으니 저는 뒤에 앉아 아버지 허리춤을 꼭 붙잡고만 있으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