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공적 자리에서의 믿음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9. 16. 07:10

     요즈음 한국에서는 기독교 신앙이 투철한 이들이 공직 후보에 올라 청문회에 서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신실한 믿음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요소 요소에 들어가 하나님의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 세상에 들어가 세상과 차별되게 살아서 세상을 위해 이바지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위해 헌신하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공직 후보자들의 언행을 보면, 공직자의 자리에서 믿음을 따라 행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정리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믿는 이에게 맡겨진 공직은 그 사람의 신앙적 신념을 실현하도록 주어진 자리가 아닙니다. 또한 공직자로서 주어진 권한을 가지고 기독교인 혹은 기독교 단체에 차별적 혜택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자신에게 맡겨진 권한으로 아무 차별 없이, 모든 이들에게 봉사해야 합니다. 자신의 신앙에 따라 거룩하게 살도록 힘쓰되,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의 기억에 가장 훌륭한 공직자의 모델로 남아 있는 분은 고등학교 시절의 교장 선생님입니다. 그분은 교회에서 장로 직분을 가지고 계셨는데, 교장으로서의 직분을 행하는 동안에는 신앙인의 티를 전혀 내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모든 교사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셨고, 늘 섬기는 자세로 학교의 구석 구석을 돌보셨습니다. 교사와 학생들 모두가 존경했습니다. 그분이 공적 자리에서 신앙을 드러내신 것은 한 해에 딱 한 번, 졸업식 훈화를 할 때였습니다. 훈화의 마지막에서 “제군 여러분의 미래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제가 섬기는 하나님께 기도 드립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장교 훈련을 받을 때였습니다. 훈련 교관은 제가 신학대학원 출신인 것을 알고 훈련생이 부모 상을 당할 때면 저를 불러내어 추모 기도를 하도록 시켰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훈련 교관도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분은 저에게 추모 기도를 시키면서 한 사람이라도 전도되기를 바랬던 것 같습니다. 훈련 중에 불려 나가 추모 기도를 할 때면 저는 늘 “여러분 중에 저와 다른 종교를 가진 분도 계시고 종교가 없는 분도 계실 텐데, 제가 대표로 기도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고, 여러분은 여러분의 종교를 따라 행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훈련 과정을 마칠 때, 몇몇 훈련생들이 저에게 다가와 자신들의 종교를 존중해 주어서 감사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본을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감화시킬 수만 있습니다. 공직의 자리가 주어졌을 때 그 권한으로 자신의 신앙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고 비워서 섬겨야 합니다. 그럴 때 복음의 빛이 드러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