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사람’이라는 한 가지 이유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9. 22. 06:42

   감리교회는 ‘연대주의’(connectionalism)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교회들이 연합하여 함께 성장하고 선교하자는 전통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매년 한 지방의 교회들이 연합하여 부흥회를 가집니다.


   저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익산 지방 연합 집회를 위해 이곳 시간으로 수요일 저녁에 도착하였습니다.익산은 저에게도 처음인데, 집회로 모이는 분들을 잘 섬기고 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집회를 위해 혹은 선교를 위해 장시간 비행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타인에 대한 배려’입니다.


   이코노미 석에 앉아 장시간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배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자와 의자 사이가 좁기 때문에 잘못하면 앞뒤 혹은 곁에 있는 승객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입니다. 앞에 앉은 사람이 예고도 없이 의자를 뒤로 젖혔다 접었다 반복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렇게 하면 뒤에 앉은 사람은 매우 어려워집니다.


   이런 일을 겪다 보니, 저는 장기 비행 중에도 할 수 있는 대로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젖혀야 할 때는 뒤를 돌아 보고 뒤에 앉은 사람에게 불편이 되지 않을 지 확인을 합니다. 화장실을 사용하게 될 경우에도 가급적 옆에 앉은 사람이 일어설 때 같이 일어나 다녀 옵니다. 언제든 자리를 비켜 달라고 요구할 권한이 있지만, 당연한 권리라고 해도 타인을 배려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어린 아기를 데리고 가는 엄마 곁에 앉은 남성 승객이 아이가 만들어내는 소음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웃으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참 마음이 좋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안해 하는 아기 엄마가 불편할 정도로 눈치를 주는 분도 계셨습니다.


   먼 길을 떠날 때면 틈틈이 읽을 책을 가지고 옵니다. 이번에는 그리스의 대 문호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을 가지고 왔습니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지금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 책에 보면, 저자가 어릴 적에 낯선 마을의 과수원을 지날 때 처음 만난 노파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노파가 지나가다가 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에서 잘 익은 무화과 열매 두 개를 건네 주었습니다. 열매를 받아 들고 니코스는, “저를 아세요, 할머니?” 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그렇지 않단다, 얘야. 모르는 사람한테 뭘 주면 안 된단 말이냐? 너는 인간이지? 나도 그래.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아?”라고 답했습니다. 니코스는 그 때 먹은 무화과의 맛을 평생 잊을 수가 없었다고 적어 놓습니다.


   “너도 사람, 나도 사람!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아?” 기억해 둘 말입니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같은 인종이든 다른 인종이든,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배려와 친절을 베풀도록 힘써야 한다는 노파의 말은 마치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립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모든 낯선 이들에게 배려와 예의로 임하도록 저도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