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기억한다.
홀씨학교에서 DMZ 탐방을 하였습니다. 현대사의 가장 아픈 현장인 DMZ 즉 비무장 지대를 보았습니다.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분단국가의 현실을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를 인솔하였던 중사는 이곳을 단지 구경만 하지 마시고 공부를 하고 가라고 하였습니다. 언젠가 통일된 조국을 만날 날이 기대하면서 돌아보라고 하였습니다.
오래전 철책 선에서 근무하였던 젊은 시절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당시에는 오직 제대하는 것에 온 관심이 있었지 통일된 나라에 대한 꿈을 제대로 꾸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당시는 군종 병으로 병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보살펴주는 것으로 만족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탐방에서는 또 다른 생각을 하였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개성과 그곳에 모내기를 하고 있는 북녘의 사람들을 보면서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확실하게 느끼었습니다.
분단의 현실은 우리의 역사가 어떠하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립되고 하나 된 나라를 원하였던 선열들의 열망을 이념적 야망으로 뭉개 버린 역사입니다. 조국의 백성을 생각하지 않고 권력욕으로 가득 찬 이들의 행태가 오늘 분단의 현실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분단의 역사는 서로에게 끔찍한 대결의식만 만들었습니다. 권력과 관계없는 백성들조차 권력자들의 노예가 되어서 서로 투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권력의 추악함은 현대사에서도 만나게 됩니다. 5월18일이 그 역사의 현장입니다. 이 날은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의 날입니다. 5월의 역사는 참으로 끔찍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역사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5.18의 만행은 권력욕에 사로잡힌 군부 세력에 의하여 저질러졌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누리고자 무고한 사람들을 죄인으로 사로잡았습니다. 그들이 5.18의 주모자라고 하였고 사형을 내렸던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덧씌운 제목이 내란 음모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권력의 보복은 없고, 나라가 이전 보다 더욱 자유스러워 졌습니다. 혹 자유가 내란 음모의 이유라면 모를까? 참으로 부끄럽고 서글픈 역사입니다. 지금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제 이 땅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이념의 잣대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역사는 진실을 소환합니다. 그래서 올바른 나라를 만들어 갑니다. 39년이 지난 지금 많은 이들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양심의 소리에 응답하고 있음을 봅니다. 역사 앞에 누구도 자신을 숨길 수 없습니다. 역사는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역사에 대해서는 끝까지 저항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항상 저항을 극복하고 꼿꼿하게 세워집니다.
성경은 구속 역사의 기록입니다.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라도 족보로 남겨서 후대에 전하는 것입니다. 그 역사를 아는 후손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이들의 후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어떠한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삶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합니다. 누구도 예외 없이 역사의 한 꼭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은 그 역사를 기억할 것입니다. 비록 이 땅의 역사에서 우리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하나님 나라의 생명책에 분명하게 기록될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역사가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시간을 헛되게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고자 분투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세월을 아끼라고 하였습니다. 즉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입니다. 최선을 다 할 때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습니다.
또한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정직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속임수와 거짓말과 꼼수는 잠시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귀와 영화와 권력을 혹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합니다. 역사의 심판대 앞에 매우 부끄러운 존재로 남습니다.
우리는 다 역사 가운데 왔고, 역사 속에 살고 있으며 역사에 기록됩니다. 역사라는 거대한 물줄기 앞에 정직하게 설 수 있어야 합니다.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항사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말씀 > 신동식목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뿌리가 뽑혀지고 있다. (0) | 2020.11.25 |
---|---|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 - 자발적 불편 (0) | 2020.11.24 |
돌아섬 (0) | 2020.11.22 |
격려가 필요합니다. (0) | 2020.11.21 |
1973년과 2019년 (0) | 2020.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