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385

같이 걷는 행복

같이 걷는 행복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장날에 맞춰 늘 두 분이 손잡고 장에 가시는 행복 하나로 사신 답니다. 햇살 곱게 다려 하늘 위에 올려놓은 아침, 그날도 두분은 행복을 어깨 위에 걸쳐 놓고, 읍의 오일장 서는 곳으로 나들이를 나가 십니다. 장터국밥 한 그릇에 시름을 들어 내고 깍두기 한 조각에 지난 설움을 씹어 넘기며, 저마다 곡절과 사연을 매달고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 보면서 지난 해 걸음을 잊고 사시나 봅니다 해 걸음에 집을 행해 걸어 가시는 두 분은 낮에 뜬 달처럼 멀뚱 거리며 점점 멀어져 갑니다 “뭐혀 빨리 걸어 그러다 똥구녕에 해 받치겠어 “ “뭐 그리 급해요? 영감! 숨차여 천천히 갑시다“ 봄바람이 불어 줘서 인지 종종걸음으로 휑하니 대문을 열고 들어 오면서 투덜투덜 화를 내시는 할아버지..

말씨 말씀 말투

말씨 말씀 말투 등산모임이 있는 날에 한 친구가 나오지 못했습니다. 손자를 봐야 한답니다. 그 사정을 모를 리 없지만 유독 한 친구가 버럭 소리를 냅니다. “그 친구 왜 그리 살아? 그러니 허구한 날 붙잡혀 살지" 그러자 다른 친구가 “자넨 손자가 지방에 있지? 옆에 있어봐 똑 같아” 손자양육이 논쟁으로 커집니다. “난 처음부터 선언했어, 내가 애를 보면 성을 간다!” ‘못 생긴 남자와는 절대 결혼 않는다’ 는 처녀! ‘난 죽어도 요양원에는 안 간다’고 한 선배! ‘딱 100세만 살 거야 ' 호언했던 대학 동기... 그런데 어쩌나, 다 헛 맹세가 됐으니까요. 여자는 못 생긴 남자와 천생연분을 맺고, 선배는 치매가 들어 일찌감치 요양원으로 향했지요. 100세를 장담할 만큼 건강했던 친구는 아홉수에 걸려 6..

끈과 인간관계

끈과 인간관계 어느날 젊은 며느리에게 포장이 몹시 꼼꼼하게 된 소포가 왔습니다. 가위를 찾아 포장된 끈을 자르려고 할 때 어머님이 말리셨습니다. 얘야 ~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거란다. 며느리는 포장끈의 매듭을 푸느라 한동안 끙끙거리며 가위로 자르면 편할걸 별걸다 나무라신다고 속으로 구시렁 거리면서도 결국 매듭을 풀었습니다. 다 풀고나자 어머님의 말씀, "잘라 버렸으면 쓰레기가 됐을텐데, 예쁜 끈이니 나중에 다시 써먹을수 있겠구나”라고 천진하게 웃으시더니 덧붙이셨습니다. "인연도 잘라내기 보다 푸는 습관을 들여야 한단다. " 혹시나 얼키고 설킨 삶의 매듭들이 있다면 하나, 하나 풀어 가세요. 이 세상은 혼자 살아 가는 것이 아니고 인연과 연분속에서 더불어 사는 것이므로 잠시의 소홀로 연이 끊겨 후일..

섭 리

자식에겐 더 못 줘서 울고, 부모에겐 더 못 받아서 운다. 해는 달을 비추지만, 달은 해를 가린다. 태양이 지면 그때가 저녁이고, 인생도 그때를 거부할 수는 없다. 몸이 지치면 짐이 무겁고, 마음이 지치면 삶이 무겁다. 각질은 벗길수록 생기고, 욕심은 채울수록 커진다. 행복은 내가 조종하고, 행운은 신이 조종한다. 댐의 수문을 열어야 물이 흐르고, 사람은 마음을 열어야 정이 흐른다. 친구라서 이래도 되고, 친구라서 저래도 되는 게 아니라 친구라서 이래선 안 되고, 친구라서 저래선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세상에 소풍 온 인생,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기쁘게 살아갑시다.

알아야 免牆을 하지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말 가운데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적지 않다. 흔히 말하는 “ 알아야 면장을 하지”가 바로 그런 것 중의 하나이다. 사전(辭典)적으로 해석하면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려면 그것에 관련된 학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면장을 동장, 읍장, 시장 등 행정기관장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속담은 행정기관의 면장(面長)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말이며 공자와 그의 아들 백어와의 대화에서 유래한 것이란다. 공자가 백어에게 이르기를 “너는 주남(周南)과소남(召南)을 배웠느냐. 사람이 되어서 주남과 소남을 배우지 않으면 바로 담장(牆)을 정면(正面)으로 마주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

동행

동행 노송의 표피에 렌즈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나무 사이로 남자의 얼굴이 잠시 보였다 사라진다. 다시 촬영하려니 또 보인다. 아마 나무사이를 운동삼아 걷는 것이라 생각하고 잠시 기다리기로 하였다. 지나가길 기다리며 자세히 보니 그 남자의 한쪽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 또 한손에는 어머니인 듯한 노파의 손이 쥐어져 있었다. 남자의 손에 잡힌 검은 비닐봉지에는 북어의 꼬리 부분이 비스듬히 삐져나와 있었고 남자에게 한 손을 잡힌 노파는 다른 쪽 손에 지팡이를 의지한 채 힘겹게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그들은 슬로우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아주 느린 동작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나는 더디기만 하는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옆을 지나며 고개들어 나를 힐끔 쳐다보는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