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의 기억
영화배우 전지현을 닮은 처녀가 환하게 온다
발랄무쌍 목발을 짚고 (다만 목발을 짚고)
스커트에 하이힐 스카프는 옥빛 하늘도 쾌청
그런데 (뭔지 생소하다 그런데)
오른쪽 하이힐이 없다
오른쪽 스타킹이 없다
오른쪽 종아리가 무릎이 허벅지가 없다
나는 스쳐 지나간다
돌아보지 못한다
묻건데
이러고도 生은 과연 싸가지가 있는 것이냐!
* 감상
시인은 ‘이러고도 생은 과연 싸가지가 있는 것이냐!’ 하고 외친다.
문장은 의문문이되 끝에 달린 부호는 물음표가 아니라 느낌표다.
물을 대상이 없다는 뜻인지,
묻고 싶으나 물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인지.
저 질문, 저 비탄, 저 좌절은 하나님을 향한 것인지 모른다.
모든 인생은 다 하나님으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으나 분명히
이 세상에서 발생하는 저 끔찍하고 절망적인 고통의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싸가지 없는 일은 우리 주변과 온 세계에서 허다하게 일어난다.
어디선가 날아온 포탄이나 총알에 맞아 죽은
열 살짜리 아들, 딸의 주검을 들고,
또는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시인의 저 마지막 절규가 나에게는 이렇게 들린다.
‘이러고도 하나님은 정말 싸가지가 있는 것이냐?’
이런 질문 앞에서 하나님을 무조건 신뢰하는 우리는 무슨 대답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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