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김사인 시(5)- 탈상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4. 13. 09:26

탈상

 

영정을 고여놓고

떡 고기 전 괴고

조율시이 홍동백서 진설하고

메 올리고 삽시(揷匙)하고 나서

땅 땅 땅 세 번 정저소리 울리고

유세차 축도 읽고

 

일곱 살짜리 상주

꾸벅 절하고 잔 올리고

미망의 여윈 아내 울먹

절하고 잔 올리고 큰동생 절하고

친구들 하나둘 절하고

막내여동생도 잔 올리고

밖은 어느덧 어둡고

안개비 깔리고

 

그대 육신 이제 흙 속에서

많이 상했으리

잘 가라 그대

이승의 마지막 밥이니

배불리 들고

술 취해 흔들흔들

잘 가라 그대

 

 

* 감상

탈상(脫喪)은 보통 백일이다.

가족에게 상보다 더한 슬픔은 없겠으나

그런 슬픔에 매달려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백일로 끝내라는 뜻이리라.

그렇다고 해서 망자를 어찌 잊겠는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

탈상 의식을 치루고 있는 가족, 친구들도

결국 망자의 길을 곧 따라가야 한다. 어디로? 모른다.

그래서 시인은 망자를 향해서 밥이나 배불리 들고

술 취해 흔들흔들 가라고, 그래도 ‘잘’ 가라고 말한다.

그것은 어느 순간 자신이 가야 할

바로 그 자기의 망자에게 한 말이리라.

우리 기독교인들이야 하늘나라로 가는 것이니

환희의 노래를 부르며 가라고 말할 수 있긴 하다.

여기서 어떤 하늘나라인지,

어떤 환희인지를 잘 분간해야 할 것이다.

흔들흔들 잘 가라는 말과 한편으로는 다르나

다른 한편으로는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