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사람 때문에 더럽혀진 땅 (이사야서 24장)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10. 26. 06:35

해설:

13장부터 시작된 여러 민족들에 대한 심판 예언은 23장에서 유다의 심판 예언으로 종결된다. 24장부터 27장까지는 ‘이사야의 묵시록’이라고 불린다. “묵시”는 무엇인가를 드러내 보여 주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는 계시를 가리킨다. 따라서 묵시를 읽고 묵상할 때에는 구체적인 정보를 찾으려 하기 보다는 그 묵시가 전해 주는 정서를 느끼도록 힘써야 한다. 

 

1절부터 13절까지는 ‘땅’에 대한 심판의 예언이다. 하나님의 심판으로 땅은 텅 비게 되고 주민은 흩어지게 될 것이다(1절). 이 심판은 백성과 제사장에게, 종과 주인에게, 하녀와 안 주인에게, 사는 자와 파는 자에게 똑같이 미칠 것이다(2절). 그로 인해 땅이 황무해지고 피폐해질 것이다(3-4절). 땅이 이렇게 되는 이유는 그 땅의 거민의 죄악 때문이다(5절). 인간의 죄악으로 인해 땅은 저주를 받고, 땅이 받은 저주 때문에 거기 사는 사람들이 고난을 당할 것이다(6절). 그 결과, 땅은 타작 마당처럼 폐허가 될 것이고, 그 땅에 사는 거민들은 기쁨을 잊고 슬픔에 빠져 살 것이다(7-13절).

 

심판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위엄을 깨닫고 그분의 영광을 찬양할 것이다(14-15절). 하지만 그 찬양을 듣고도 이사야는 기뻐할 수가 없다. 더 큰 재앙이 닥쳐 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16-17절). 땅에 임한 하나님의 심판이 이제는 우주적인 스케일로 커져 간다(18-23절). 우주적인 대 격변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이 세상은 기초부터 흔들린다. 그 날이 오면 주님께서는 “위로는 하늘의 군대를 벌하시고, 아래로는 땅에 있는 세상의 군왕들을 벌하실 것”(21절)이다. 모든 군왕들을 폐하시고 주님께서 홀로 왕이 되실 것이다(22-23절).

 

묵상:

“땅이 사람 때문에 더럽혀진다”(5절)는 말씀을 읽을 때 뒤통수를 맞는 듯한 충격을 받습니다. 아담과 하와의 죄로 인해 땅이 저주를 받았다는 말(창 3:17)은 상징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가나안 땅을 향해 가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너희가 그 땅을 더럽히면, 마치, 너희보다 앞서 그 땅에 살던 민족을 그 땅이 토해 냈듯이, 너희를 토해 낼 것이다”(레 18:28)라고 말씀하신 것도 비유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땅과 하늘과 모든 생명을 하나의 몸으로 창조하셨습니다. 물리적으로는 분리되어 있지만, 존재의 깊은 차원에서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죄악은 땅을 더럽히고, 더렵혀진 땅은 인간과 모든 생명을 위협합니다. 

 

지금 우리는 지난 삼백여 년 동안 우리의 삶의 터전을 훼손하고 오염시킨 결과로 인해 공포스러운 기후 위기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은 이미 정해진 일이라고 경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제 인류에게 남은 대안은 멸종을 늦추는 일뿐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은 자기가 지은 죄의 무게에 짓눌릴 것이니,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20절)라는 말씀이 이것을 두고 예언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천 년 전에 바울 사도는 “모든 피조물이 이제까지 함께 신음하며, 함께 해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롬 8:22)라고 했는데,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 모든 위기의 뿌리가 인류의 영적, 도덕적 타락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 타락에 나도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 죄를 인정하고 고백하고 회개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재앙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나 한 사람이라도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서 거룩하게 살아가는 것임을 깨닫고 오늘도 성령께 저 자신을 맡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