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재홍목사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사 24:18b~20) / 김재홍목사

새벽지기1 2024. 6. 18. 06:23

“하늘의 홍수 문들이 열리고, 땅의 기초가 흔들린다. 땅덩이가 여지없이 부스러지며, 땅이 아주 갈라지고, 땅이 몹시 흔들린다. 땅이 술 취한 자처럼 몹시 비틀거린다. 폭풍 속의 오두막처럼 흔들린다. 세상은 자기가 지은 죄의 무게에 짓눌릴 것이니,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좋으신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소망과 새롭게 하시는 은혜가 저와 여러분 위에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오늘은 감리교회가 정한 환경선교주일입니다.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를 넘어 기후재앙 시대입니다. 모든 피조물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등장하여 구원해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경선교주일을 맞아 피조세계의 신음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우리의 잘못을 아프게 돌아보며, 창조세계에 대한 책임의식을 다시 한 번 되살릴 수 있길 소망합니다.

• 끙끙 앓는 지구


2015년 세계 200여 개 국가의 대표들이 파리에서 모여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 협약을 맺었습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온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중간목표로 2030년까지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그간 세계는 기온 상승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상승폭이 1.5도를 넘어서게 되면 지구가 걷잡을 수 없이 계속 뜨거워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1.5도가 뭐 그리 중요한 온도냐? 기온이 1.5도 더 올라간다고 무슨 큰일이 나겠냐?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인간의 체온을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인간의 체온은 36.5도입니다. 거기서 1.5도가 올라가면 38도입니다. 38도가 되면 우리는 정상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2030년까지 온도 상승폭을 1.5도씨 이내로 유지하려 했지만, 2024년 올해 이미 1.52도를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1.5도 이내 유지는 일종의 마지노선이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피해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온이 상승하며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습니다. 현재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북극빙하는 2030년에 소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미 바다의 해수면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2021년 태평양의 섬나라인 투발루의 외교장관인 사이먼 코페는 유엔 기후회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연설을 했습니다. 코페는 연단을 투발루 바다에 설치하고 허벅지까지 바닷물에 잠긴 채 연설했습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예전에는 육지였다고, 투발루는 점점 가라앉고 있다고,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자고 절박한 어조로 연설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자연생태계의 생명들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호주 바다에 사는 푸른바다거북이 중 최근에 태어난 개체의 8,90%가 암컷이라고 합니다. 푸른바다거북이는 수온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데 해수온도가 기본 온도보다 높을 때는 암컷이 태어나고 낮을 때는 수컷이 태어난다고 합니다.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얼마 안 가 푸른바다거북이는 멸종할 것입니다. 세계의 허파라고 일컬어지는 브라질 아마존 호수의 민물 돌고래들은 수온이 40도가 넘어가며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죽었습니다.

세계 곳곳은 기후 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한 쪽은 극심한 가뭄을 겪는데 다른 한 쪽은 폭우와 홍수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물부족으로 세차를 하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베트남은 가뭄으로 농작물이 죽고 호수가 말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수력 발전으로 에너지의 75%를 감당하는데 댐에 물이 부족해 발전기를 돌릴 수 없어 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가뭄이 심각해진 잠비아와 말라위도 재난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그에 반해 브라질 남부에서는 지난 4월에 사상 최악의 폭우가 내려 최소 136명이 사망했다. 이재민도 수만 명 발생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지난 5월에 한 주 간격으로 홍수가 연속 발생해 400명 가까이 죽거나 실종되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대형 산불도 세계 곳곳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호주 산불은 2019년에 발생해 거의 한반도 크기의 숲을 불태웠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최근 몇 년에 걸쳐 일어난 산불은 그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로 큰 숲을 불태웠습니다. 작년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은 대한민국보다 넓은 면적의 산림을 불태웠습니다. 우리나라도 2020년 안동 산불, 2022년 강릉-동해 산불, 울진 삼척 산불이 있었습니다. 극지방, 태평양의 섬나라, 유럽,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미, 북미, 호주. 지구촌 어느 한 곳 비상상황이 아닌 곳이 없습니다. 지금 지구가 열이 나며 끙끙 앓고 있습니다.

• 일곱 나팔의 재앙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앙들 - 해수면 상승, 동물들의 죽음, 가뭄, 홍수, 끝없이 타오르는 산불을 보며 계시록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계시록에는 일곱 봉인의 재앙, 일곱 나팔의 재앙, 일곱 대접의 재앙이 나오는데 재앙의 강도는 봉인에서 나팔로, 나팔에서 대접으로 갈수록 더욱 커집니다. 중간 재앙인 나팔의 재앙을 살펴보겠습니다. 하나님 앞에 일곱 천사가 서 있는데 그들은 나팔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첫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우박과 불이 피에 섞여서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땅의 삼분의 일이 타버리고, 푸른 풀이 다 타버렸습니다. 둘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불타는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던져졌습니다. 그래서 바다의 삼분의 일이 피가 되고, 바다에 사는 피조물의 삼분의 일이 죽었습니다. 셋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큰 별 하나가 횃불처럼 타면서 하늘에서 떨어져서, 강들의 삼분의 일이 쓴 물로 변했습니다. 넷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해의 삼분의 일과 별의 삼분의 일이 빛을 잃고 어두워졌습니다.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메뚜기들이 나와서 사람들을 해쳤습니다. 여섯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네 천사가 일어나 큰 군대를 일으켜 사람들의 삼분의 일을 죽였습니다.

땅이 불타오르고, 바다의 생물들이 죽고, 강물이 썩고, 해와 달이 어두워지고, 메뚜기 떼가 하늘을 뒤덮고, 군대가 사람들을 죽이고…. 무시무시하지요? 이스라엘이 출애굽하여 광야에서 떠돌다가 여리고성을 무너뜨릴 때 일곱 나팔을 불며 성을 일곱 바퀴 돌았습니다. 곧 계시록에서 울려퍼진 일곱 나팔은 로마를 무너뜨리는 하나님의 일곱 나팔이었습니다. 그런데 일곱 나팔 재앙은 이집트에 내렸던 재앙과도 비슷합니다. 우박이 내리고, 물이 피가 되고, 해와 달이 어두워지고, 메뚜기 떼가 나오고. 그러나 오늘 우리는 이 일곱 재앙을 그 옛날 출애굽 때에 일어났던 재앙이나 로마에 내려졌던 재앙으로 읽기보다는 오늘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재앙으로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재앙이 너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곳곳의 숲이 꺼질 줄 모르고 불타고 있습니다. 바다의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강물은 마실 수 없음을 넘어서 메말라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해와 달과 별이 떠있는 하늘은 미세먼지와 황사로 뿌옇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메뚜기와 같은 곤충은 아니지만 코로나와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들이 나와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적 재앙인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나라가 힘을 모아도 모자를 판에 여러 나라는 군대를 일으켜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은 로마가 왜 일곱 나팔의 재앙을 당하게 되었는지를 다음과 같이 일러주고 있습니다.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불었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큰 소리가 났습니다. “세상 나라는 우리 주님의 것이고, 그리스도의 것이 되었다. 주님께서 영원히 다스리실 것이다.” 로마는 그 진리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자신이 영원히 다스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멸망했습니다. 똑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재앙은 이 세상을 하나님의 것, 그리고 모든 피조물의 것인 줄 모르고 인간의 것으로 여기고, 영원히 다스릴 것으로 여겨 찾아온 재앙입니다. 이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우리 인간이 아니라 주님이십니다. 우리가 계속 로마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산다면 로마처럼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 흔들리는 터전


종말에 대한 성경 말씀 중 한 구절을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사야서 24:18b~20 말씀입니다. “하늘의 홍수 문들이 열리고, 땅의 기초가 흔들린다. 땅덩이가 여지없이 부스러지며, 땅이 아주 갈라지고, 땅이 몹시 흔들린다. 땅이 술 취한 자처럼 몹시 비틀거린다. 폭풍 속의 오두막처럼 흔들린다. 세상은 자기가 지은 죄의 무게에 짓눌릴 것이니,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주전 8세기 팔레스타인 지역은 혼돈의 도가니였습니다. 북동쪽에 있던 앗수르 제국이 남서진정책을 펼치며 팔레스타인을 위협했습니다. 이에 팔레스타인 국가들은 연합하여 앗수르에 맞서려 했습니다. 시리아와 북이스라엘이 연합하고 남유다에게도 연합을 권유했지만, 남유다는 연합에 반대했습니다. 시리아와 북이스라엘 연합군은 앗수르에 맞서기 전에 유다를 치려고 했습니다. 이에 유다의 왕이였던 아하스는 앗수르에게 지원요청을 했고, 앗수르는 그때를 기회 삼아 시리아와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키고 남유다를 거의 식민지배했습니다. 유다는 앗수르에게 막대한 조공을 바쳐야했고, 앗수르의 종교를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아하스의 뒤를 이은 히스기야 왕은 앗수르에 반기를 들고 이집트와 조약을 맺었습니다. 이에 앗수르가 이집트의 군대와 유다의 군대를 쳐부수었습니다. 유다의 성읍들은 하나 하나 앗수르에 의해 무너져 내렸습니다. ‘땅이 흔들린다. 땅이 술 취한 자처럼 몹시 비틀거린다. 폭풍 속의 오두막처럼 흔들린다’는 말은 추상적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현실이었습니다. 생생하고 뼈아픈 현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사야는 그런 재앙이 유다가 약소국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지은 죄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고 혼란스런 때에도 사람들은 자기들의 욕망을 따라 살았습니다. 주님을 버리고 우상을 섬겼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고 힘이 없는 자들의 재산을 약탈했습니다. 지도자들은 뇌물이나 좋아하고 돈을 쫓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언자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심판의 경고를 무시하고 자기들의 그릇된 행위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시베리아에는 영구동토층이 있습니다. 영구동토층이란 지층의 온도가 연중 0도씨 이하인 땅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습니다. 시베리아 사람들은 대대로 영구동토층 위에 집을 짓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집이 주저앉고 있습니다. 환경 다큐 <붉은 지구> 1편에는 시베리아의 가정집이 나옵니다. 한쪽 땅이 주저앉아 방의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기둥은 틀어지고 벽은 갈라졌습니다. 평평했던 마룻바닥은 공을 굴리면 한 쪽으로만 굴러가는 기울어진 바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은 수시로 ‘쩍쩍’ 바닥과 벽이 깨지는 소리를 냈습니다. 그 집은 시베리아에 있는 한 가정집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집인 지구였습니다. 지구온난화가 범인이 아닙니다. 범인은 인간입니다. 지구의 주인이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인줄 알고 살았습니다. 잠시 살다가 사라질 인생이면서 영원히 다스릴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연을 돌보라 하셨는데 자연을 이용만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보내신 경고를 무시하는 오만을 보였습니다. 영구동토층이 물웅덩이로 변한 모습은 하나님이 보내 주신 또 하나의 경고가 아니라 심판의 시작처럼 보였습니다.

•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2019년 4월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는 텍사스에서 중요한 발표를 했습니다. “미국은 석유와 가스 시추를 더 이상하지 못하게 하는 일방적인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다. 파리협약은 미국으로 하여금 많은 돈을 지불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파리에게는 좋지만 미국에게는 좋지 않다.” 트럼프 뒤에 서있던 텍사스 사람들은 기뻐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텍사스는 석유와 가스가 많이 매장된 곳입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21년 2월 텍사스에는 5일간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겨울에도 평균 기온이 영상 10도씨 이상이었던 텍사스의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간 것입니다. 난방기 과다 사용으로 전기가 끊기고 수도도 끊어졌습니다. 그 5일간 210명이 사망하고, 피해액은 230억 달러, 31조원이 넘었습니다.

지난 5월 21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에서 기후헌법소원에 대한 마지막 공개변론이 있었습니다. 기후헌법소원은 정부의 환경정책이 위급한 상황에 비해 너무 소극적이며 그것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일이라 정부의 정책이 보다 적극적인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소원이었습니다. 공개변론에 나선 사람 중에는 흑석초등학교 6학년 한제아 학생도 있었습니다. 한제아 학생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하루동안 엄청나게 비가 쏟아진 적이 있습니다. 저의 집 건물은 언덕 위에 있는데도 1층이 물에 잠겼습니다. 그때 집 주변을 살피러 엄마가 나갔을 때 엄마가 다치시거나 못 돌아오실까봐 무서웠습니다. 어른들은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수 있지만 어린이는 그럴 기회가 없습니다. 이 소송에 참여한 것은 미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유일한 행동입니다.” 한제아 학생은 어떻게 어린 나이에 헌법소원을 낼 결심을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동생들이 나서기에는 너무 어리니까요.”

우리야말로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재앙의 나팔이 곳곳에서 울려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어주신 집, 지구가 우리 인간 때문에 무너지고 있습니다. 터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모든 피조물의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인간은 그저 청지기로 잠시 자연을 누리고 관리하는 자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주중에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제가 실천하고 있는 사항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십여 가지였습니다. 오랜 기간 실천해온 것들이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저마다 환경실천 사항들을 오랜 기간 잘 지켜오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일을 이전보다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좀더 힘을 내, 재앙의 나팔이 더 이상 울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터전이 흔들리는 오두막 같은 이 지구를 모든 생명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든든한 집으로 다시 세워야 합니다. 이 땅 위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야 하는 모든 교회가, 평화세상을 여는 녹색교회인 청파의 모든 교우가 함께 그 귀한 일을 감당할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