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겟세마네(14)(막14:42)

새벽지기1 2024. 2. 27. 06:41

'일어나라. 함께 가자. 보라, 나를 파는 자가 가까이 왔느니라.'(막14:42)

 

겟세마네 이야기에는 두 가지 큰 그림이 오버랩 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운명을 온 몸으로 맞서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스승이 당한 절체절명의 순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잠에 취한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입장에서 이런 말이 가능합니다. 개인의 운명은 다른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십자가를 대신 져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십자가의 운명을 이해해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도 똑같습니다. 각자의 운명은 각자가 맞서야 합니다. 아무도 우리의 삶을 대신해줄 사람은 없습니다. 옆 사람을 쳐다보지 마십시오.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로 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자들의 처지에서 이런 말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참으로 무심한 사람들입니다. 인간적으로 봐도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몇 년 동안 스승으로 따르던 예수님의 실존적인 위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수년 동안 신앙생활을 했어도 신앙의 중심에 들어가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제자들이 있기에 우리가 위로를 받습니다. 우리의 딱한 모습에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하나는 구원이 우리의 능력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총으로만 가능합니다. 우리의 무능력이 확실해질수록 은총도 더 확실해집니다. 다른 하나는 잠에 취해 있던 제자들이 훗날 부활의 증인이 되었듯이 우리도 언젠가 그런 사람들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그렇게 된 분들도 있겠지요.

 

겟세마네 기도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한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이 순간을 다시 기억해야만 했던 제자들과 초기 공동체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좋은 말씀 > -매일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수의 체포(2)(막14:44)  (0) 2024.02.28
예수의 체포(1)(막14:43)  (0) 2024.02.28
겟세마네(13)(막14:42)  (0) 2024.02.27
겟세마네(12)(막14:41)  (0) 2024.02.27
겟세마네(11)(막14:41)  (0) 2024.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