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겟세마네(9)(막14:39,40)

새벽지기1 2024. 2. 26. 04:14

'다시 나아가 동일한 말씀으로 기도하시고 다시 오사 보신즉 그들이 자니 이는 그들의 눈이 심히 피곤함이라 그들이 예수께 무엇으로 대답할 줄을 알지 못하더라.'(막14:39,40)

 

제자들이 피곤하기는 무지하게 피곤했나 봅니다.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도 기도하기 위해서 주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시 잠에 떨어졌습니다.

 

이런 장면은 마가복음 기자의 편집 의도가 영향을 끼쳤다고 보아야 합니다. 제자들은 어린아이들이 아닙니다. 잠시 한눈을 팔수는 있지만 이렇게 철부지 아이들처럼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위의 내용은 제자들의 기억과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전승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합니다.

 

이런 것이 복음서 읽기의 어려움입니다. 여기에는 객관적인 사실에 멈추는 것이 아니면서 주관적 판단에 기울어지지 않는 신학적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텍스트의 객관적인 정보만도 아니고 해석자의 주관적 체험만도 아닌 자리를 찾아야합니다. 이 작업이 성서해석학입니다. 텍스트의 지평과 독자의 지평이 융해됨으로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해석사건을 가리킵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눈이 피곤하여 주님께 무엇을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제자들의 처량한 모습은 예수님에게 일어난 하나님의 구원 사건 앞에서 초기 기독교가 처한 영적 실존입니다. 그분에게서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는 거지요. 그들이 참된 앎의 단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그 세월이 중요합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무작정 하늘만 바라본 세월이 아닙니다. 부활 현현에 대한 경험을 반성하고, 구약의 빛으로 자신들의 영적 경험을 성찰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느 단계인가요? 눈이 심히 피곤하여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 조금씩 눈꺼풀이 벗겨지고 있는지, 활짝 열려 환한 세계를 보고 있는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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