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예수를 팔 자(3)(막14:20)

새벽지기1 2024. 2. 18. 06:15

 '그들에게 이르시되 열줄 둥의 하나 곧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자니라.'(막14:20)

 

“나는 아니지요?” 하는 제자들의 근심어린 질문에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열둘 중의 하나 곧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자니라.” 이런 문장은 고대 유대인들의 식사 습관에서 나온 것입니다. 헬라어 ‘트뤼블리온’은 접시, 쟁반, 그릇, 수프접시 등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유월절 만찬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전식입니다. 이 접시에 과일 잼이나 소금물이 담기는데, 사람들은 빵을 거기에 찍어서 먹는다고 합니다.

 

이런 식사의 특징은 함께 먹는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이렇게 한 접시에 함께 넣고 먹으면서 그들의 조상들이 이집트와 출애굽 당시에 겪은 참상과 하나님의 구원 은총에 감사했습니다. 생존의 위협에 처한 사람들끼리 같은 밥상에 둘러앉아서 밥을 먹는 것보다 더 강렬하게 공동체성을 담보하는 행위도 없겠지요.

 

지금 예수님과 함께 이런 식사를 하고 있는 열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이 주님을 판다는 말씀은 참으로 끔찍합니다. 자기 식구가 원수라는 주님의 말씀이 여기에 해당될까요? 예수 당신도 이런 사태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미 공생애 중에도 당신은 머리를 둘 곳조차 없다고 한탄하신 적이 있으니, 그분의 절대 고독이 전체 삶에 스며들어 있다는 게 분명합니다.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자라는 말씀에서 우리는 신앙 공동체 안에도 끊임없이 거짓 신앙이 생산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거짓 신앙은 결국 배신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배신은 어떤 특별히 이상한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명감에 불타는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배신은 반드시 배교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주님의 뜻을 왜곡하는 것도 배신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배신의 가능성은 늘 열려 있는 셈입니다. 주여, 저희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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