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예수를 팔 자(2)(막14:19)

새벽지기1 2024. 2. 17. 05:45

'그들이 근심하며 하나씩 하나씩 나는 아니지요 하고 말하기 시작하니'(막14:19)

 

“나”를 팔리라는 주님의 말씀에 제자들이 근심하면서 제 각각 자기는 아니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아니지요?”라는 문장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해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자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뜻일 수도 있고,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일을 행하게 될 것인가를 물어본 것일 수도 있고,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던지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장을 해석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신약성서의 언어가 원래 예수님과 제자들이 사용한 아람어가 아니라 헬라어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대화가 각 지역에 따라서 서로 다르게 전승되었습니다. 그것이 다시 헬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새롭게 전승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원래의 말이 어느 정도로 변화되었는지를 찾는 작업이 전승사 연구입니다. 아무리 철저하게 연구한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말을 완벽하게 복원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해석은 전체 문맥과 연결해서 해석하는 것입니다.

 

어쨌든지 선생님을 팔 것이라는 말씀 앞에서 제자들은 크게 당혹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들만이 아니라 초기 기독교 공동체 전체가 그 문제를 크게 부담스럽게 여겼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배신한 사람이 바로 그 공동체 중심에서 활동하던 인물이었다는 점을 말입니다.

 

어제의 묵상에서도 짚었듯이 예수님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가룟 유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성서 기자의 생각도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아니지요?” 하는 제자들의 발언도 제자들의 책임 회피로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그 배신의 책임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우리는 그런 책임과 상관없는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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