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유월절 만찬 준비(4)(막14:15)

새벽지기1 2024. 2. 16. 04:26

'그리하면 자리를 펴고 준비한 큰 다락방을 보이리니 거기서 우리를 위하여 준비하라 하시니'(막14:15)

 

유월절 만찬의 유래가 출애굽에 있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자 죽음의 신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집을 지나쳤습니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에서 상징성이 아주 큽니다.

 

우선 이스라엘 민족은 애굽에서 노예처럼 살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후손이 곧 끊길 지경이 되었습니다. 파라오는 산파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스라엘 임산부들이 아이를 낳을 때 아들이면 죽이고, 딸이면 살리라고 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애굽을 탈출한다는 것은 곧 죽음으로부터 건짐을 받는다는 의미였습니다. 그것의 상징이 바로 유월절 양의 피였습니다.

 

애굽을 벗어난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 앞에서 또 다시 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뒤에서 파라오의 기마병들이 쫓아왔습니다. 그때 모세의 지팡이가 홍해를 치자 홍해가 갈라졌습니다. 그들은 홍해를 마치 마른땅처럼 건널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도 역시 죽음으로부터 건짐을 받은 것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이 특별한 이유는 그들이 끊임없이 생존의 위기에 노출되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구약성서가 보도하는 그들의 삶은 어느 한 순간도 태평성대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생존의 위기가 오히려 신앙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신앙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생존 문제가 신앙과 직결되는 이유는 신앙이 기본적으로 삶과 죽음에 토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상대적으로 풍족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신앙의 깊이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는 경험이 없는 사람은 영적으로 절박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고대인들보다 불행하다는 말일까요? 복지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존의 바닥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