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일상의 위기에서(막13:17,18)

새벽지기1 2024. 2. 3. 06:21

'그 날에는 아이 벤 자들과 젖먹이는 자들에게 화가 있으리로다.

이 일이 겨울에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라.'(막13:17,18)

 

지금 마가복음 기자는 유대인들의 묵시문학 전통 가운데서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처한 실존적 위기를 종말론적으로 해명하고 있습니다. 그 역사적 배경이 유대 전쟁이라는 사실은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전쟁 중에 가장 힘든 사람들은 임산부들과 산모들입니다. 그들에게 화가 있으리라는 위 구절은 그런 절박한 상황에 대한 문학적 표현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피난을 떠나야 합니다. 먹을거리를 찾기도 힘듭니다. 그 전쟁이 겨울에 일어난다면 어려움이 가중되겠지요.

 

마가복음 기자는 이런 전쟁의 위급한 상황을 종말의 상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객관적인 역사에서 볼 때 유대 전쟁이 세상의 마지막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가복음 기자의 그런 역사 해석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늘 마지막 때의 징조를 살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마가복음 기자는 그런 영적인 눈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개 그냥 일상에 떨어져 버려서 그 일상을 깨고 들어오는 종말의 흔적에 관심을 놓치기 마련입니다.

 

둘째는 종말이 미래일 뿐만 아니라 현재적이라는 사실입니다. 기독교에서 종말을 말할 때 이런 미래적인 차원과 현재적인 차원이 변증법적으로 긴장관계에 있습니다. 현재적인 차원은 일상을 종말론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호흡이나 먹는 행위도 종말론적 사건입니다. 지금 당장 그것이 끝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 종말론적 생명이 개입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이 벤 자들과 젖먹이는 자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종말은 일상의 위기입니다. 동시에 그것은 생명의 능력이기도 합니다. 하나님 안에서는 위기가 곧 생명을 경험하는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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