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기독교개혁신보컬럼

손님 접대 / 김북경 총장(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새벽지기1 2021. 1. 25. 06:47

2005년 10월 12일

 

우리는 손님 대접을 융숭하게 잘하기로 소문났다. 분수에 지나칠 정도로 손님을 대접할 때도 있다. 손님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베푸는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손님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을 때가 있다. 옛 이야기지만 손님 밥그릇에 물을 부어다 먹게 하는 정(?) 말이다. 술 인심은 더하다. 한국에 사업하러 온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술 인심에 놀란다. 싫건 좋건 술 따라 주는 데는 질색이라는 것이다. 자기와 같이 술 취해 주지 않으면 친구가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다.

 

일방적인 사고 방식이 문제

 

가령 외국 손님을 뷔페식당에 초청했다고 하자. 우리 식으로 대접하려면 외국 손님을 앉혀놓고 내가 음식을 골라서 갖다 주는 것이다. 그 손님은 좋든 싫든 내가 대접하는 것을 먹어야 할 것이다. 상대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지 않는 억지 대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국인에게 무례한 일을 하는 것을 교회 안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는 은혜가 넘치게 찬송을 부르는 동안 외국인들은 닭 쫓는 개처럼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딱하기 짝이 없다. 그들을 위해서 영어가사를 스크린에 비춰주면 은혜가 더하지 않을까? 그것도 소위 국제대회라는 곳에서 말이다. 우리는 역시 총론은 화려한데 비해서 각론에 들어가면 빈약한 것을 볼 수 있다.

 

좀더 세심한 배려 아쉬워

 

예배드리는 태도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양에서는 찬송할 때 일어서서 한다. 하나님 앞에서 찬양하는데 몸을 일으켜 세워서 혼신을 다 바쳐 해도 모자랄 터인데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진정한 찬양이 나올까? 노래는 일어서서 해야 허파에 공기가 많이 공급되고 그 공기를 내 뿜으면서 하는 것이 노래이다. 우리는 아직도 뜨끈뜨끈한 온돌에 앉아서 먹어야 밥을 먹는 것 같고 아마도 그래서 찬양도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방식에 익숙해 있어

 

여기에서 나아가 또 하나 생각할 것이 있다. 바로 주객전도(主客顚倒)이다. 손님은 손님이다. 손님은 주인의 대접을 받는 사람이다. 그럼으로 손님은 주인의 집에 있는 한 손님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가끔 손님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위 총장이라는 내 집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주인 노릇을 한다. 나보고 여기 앉으라, 저기 앉으라 한다. 그리고 설거지까지 하고 가야 한단다.


하나님으로부터 잔치에 초대받아 갔다고 상상해 보자. 그 잔치자리야 말로 주님으로부터 대접을 받아야 할 곳이다. 대접받으려면 겸손함이 필요하다. 주님이 앉으라고 하는 곳에 앉아야 한다.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진정한 겸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손님으로 가서 주님에게 여기 앉으라, 저기 앉으라 할 수 있겠 는가?

 

주님 앞에서도 그럴 것인가?

 

주객전도는 Control Freak라는 병에 기인한다. 우리는 내 인생을 내가 컨트롤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운전대 잡기를 좋아하고 차 뒷자리에 앉아서도 운전하시는 주님에게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명령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개 이런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심지어는 그리스도인들까지도 말이다. 컨트롤 병에 걸렸는지를 검사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가족이 차 타고 나들이 갈 때 운전하는 사람에게 몇 번 잔소리했는가를 세어 보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