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자초하는 불행

새벽지기1 2018. 6. 1. 07:43


바울은 로마서에서 고백했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선을 행하는 것인데

원하는바 선은 행하지 않고 도리어 원하지 않는바 악을 행한다고(롬7:19).

 

참으로 정직한 고백이요 놀라운 통찰이다.

인간은 인식하는 대로 행하지 않는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몸에 익은 습성대로 행하고,

인식 이전의 무의식적 욕망을 따라 행하고,

나를 형성한 문화에 이끌려 행한다.

 

이것은 인간이 결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인간은 보통 행위보다는 생각을 자기라고 여기고,

마음이 원하는 것을 몸이 원하는 것이라고 간주하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인간은 생각으로써 자기를 위장하거나 포장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고,

마음이 원하는 것과 몸이 원하는 것 사이에 자기도 모르는 균열이 있을 때가 적지 않다.

옳다. 인간은 자기 안의 모순과 분열을 가진 존재다.

인간의 이성 또한 자기 안의 모순과 분열을 읽어낼 만큼 밝지 않다.

또 읽는다 해도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안의 모순과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다.

아니, 애써 극복하려하기보다는 외면하거나 회피해버리기 일쑤다.

인간은 진실로 합리적이지 않다.

 

행복도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하고 꿈꾼다.

하지만 대부분은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원하는바 행복을 살지 못하고 원치 않는바 불행에 시달린다.

왜 그럴까?

바울의 고백 속에 해답이 있다.

인간이 원하는바 선은 행하지 않고 원치 않는바 악을 행해서다.

자기 안의 모순과 분열을 읽어내지도 극복하지도 못해서다.

 

불행의 현실을 보라.

솔직히 인간의 불행은 스스로 자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 밖에서 불가항력으로 밀어닥치는 불행도 적지 않으나

스스로 자초하는 불행이 훨씬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며 근원적이다.

인간은 외부에서 닥치는 불행 때문에 황폐해지지 않는다.

스스로 자초한 불행 때문에 황폐해진다.

사람들은 끝없이 너 때문에, 세상 때문에 불행하다고 탓하는데

실제로는 불행의 원인은 자기 밖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이다. 불행은 인간 밖에 있지 않다.

불행은 인간 안에 있다.

인간 안에, 자기 안에 불행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