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1937

마가복음 후기(16)(막16:19)

'주 예수께서 말씀을 마치신 후에 하늘로 올려지사 하나님 우편에 앉으시니라.'(막16:19) 이제 우리는 마가복음의 마지막 단락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4년 동안 매일 묵상의 방식으로 따라오다 보니 벌써 이런 순간이 왔군요. 우리의 인생도 마지막이 순식간에 느닷없이 오겠지요. 막 16:19절과 20절은 마가복음의 결론이라 말해도 좋습니다. 19절은 예수님의 승천에 관한 것이고, 20절은 제자들의 복음 전파에 관한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마가복음만이 아니라 신약성서 전체의 핵심 주제이기도 합니다. 우선 19절을 봅시다. 성서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주 예수’라는 표현은 복음서 중에서 이 대목에만 나온다고 합니다. 그 표현은 원래 사도행전과 바울 서신에 잘 알려진 것이라고 하는군요. 예수님을 ‘주’로 경험하..

마가복음 후기(15)(막16:18)

'뱀을 집어 올리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하시더라.'(막16:18) 다섯 번째 표적은 치유입니다. 복음서와 사도행전에는 치유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예수님은 많은 병자와 장애인을 고치셨습니다. 사도들에게도 그런 일들이 흔히 일어났습니다. “손을 내밀어 병을 낫게 하시옵고 표적과 기사가 거룩한 종 예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게 하옵소서.”(행 4:30) “예루살렘 부근의 수많은 사람들도 모여 병든 사람과 더러운 귀신에게 괴로움 받는 사람을 데리고 와서 다 나음을 얻으니라.”(행 5:16) 손을 얹거나 내밀면 병이 고쳐질까요? 이런 질문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우선 사람의 손에 치유 능력이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배가 아픈 아이들의 배나 머리가 ..

마가복음 후기(14)(막16:18)

'뱀을 집어 올리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하시더라.'(막16:18) 세 번째와 네 번째의 표적은 뱀을 집어 올리거나 모든 독을 마셔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입니다. 뱀에 대한 이야기는 사도행전 28:1-6절에 나옵니다. 바울이 탄 화물선이 유라굴로라는 태풍을 만나서 파선됩니다. 일행은 가까스로 멜리데 섬으로 피신할 수 있었습니다. 섬 원주민들이 바울 일행을 위해서 불을 지폈습니다. 땔감 안에 숨어 있던 독사가 나와서 바울을 물었습니다. 원주민들은 바울이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바울을 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독에 대한 이야기는 사도행전에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독사에 물린 사건을 뱀과 독으로 구분해서 표현한 것 같습니다...

마가복음 후기(13)(막16:17)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그들이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막16:17) 두 번째 표적은 방언입니다. 여기서 언급된 방언은 사도행전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이 일어난 후에 제자들에게는 방언의 능력이 주어졌다고 합니다. 제자들은 아람어로 기도하고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이 각각 자기 나라 말로 알아들었습니다.(행 2:5-13) 일종의 외국어 능력입니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다른 방언 현상은 고린도교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방언 현상은 외국어가 아니라 아무도 알아들 수 없는 신비한 소리입니다. 사도행전의 방언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 설교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면, 고린도교회의 방언은 개인의 영적 경험을 풍부..

마가복음 후기(12)(막16:17)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그들이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막16:17) 막 16:15절에는 복음 전파가, 16절에는 세례가 언급됩니다. 이 두 가지는 초기 기독교가 존재할 이유인데, 부활의 주님이 열한 제자에게 준 말씀입니다. 이제 17,18절에서는 모든 믿는 자들에게 따라오는 표적이 거론됩니다. 표적은 다섯 가지입니다. 성서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표적은 주로 사도행전의 이야기를 기초로 작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표적은 귀신 축출입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이 악한 귀신을 내어 쫓는다는 이야기가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나옵니다. 예를 들면 막 5:1절 이하에는 예수님이 거라사인들이 사는 지역에서 군대귀신 들린 사람을 고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에게서 나온 ..

마가복음 후기(11)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를 받으리라.'(막16:16) 일반적으로는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말하는데, 위 구절에서는 믿음만이 아니라 세례까지 거론됩니다. 믿음과 세례가 병치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초기 기독교에서 예수를 믿는 사람은 곧 세례를 받은 사람입니다. 거꾸로 세례를 받은 사람은 믿음이 있는 사람입니다. 마가복음 기자가 위 구절에서 세례를 명시적으로 거론한 이유는 믿음의 본질을 더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데에 놓여 있습니다. 믿음이라고 할 때 ‘누구’를 믿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그것이 명백하지 못하면 사람의 믿음은 방향을 찾지 못하고, 따라서 믿음의 능력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세례에서는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죽음과 생명입..

마가복음 후기(10)(막16:16)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를 받으리라.'(막16:16)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를 받으리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이 말은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라는 문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귀결이라고 보면 됩니다. 구원을 얻을 사람과 정죄를 받을 사람이 대비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초점은 구원을 얻을 사람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믿지 않는 사람이 정죄를 받는다는 말은 당연합니다. 위의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 분들도 있겠지요. 이렇게 노골적으로 묻고 싶을 겁니다. 믿지 않는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지옥에 가는 거 아닌가요? 그게 바로 위 구절이 말하는 정죄가 아닌가요?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예수를 믿는 거..

마가복음 후기(9)(막16:16)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를 받으리라.'(막16:16) 복음은 사람들에게 결단을 요구합니다.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것인지를 말입니다. 결단에 따라서 그의 운명도 달라집니다. 받아들인 사람은 구원을 얻겠지만, 거부한 사람은 정죄를 받습니다. 이를 도식화하면 ‘예수 구원, 불신 멸망’입니다. 이런 도식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안티-기독교 세력으로부터 공격당할만한 도식이기도 합니다. 이 도식이 기독교 패권주의를 옹호하는 방식으로 이용될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자기만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고 자기 밖의 세계를 적대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한국교회는 이런 도식에 덧붙여 칼뱅의 이중예정론을 전가의 보도로 여깁니다. 하나..

마가복음 후기(8)(막16:15)

'또 이르시되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16:15) 부활 생명은 종말에 완성되지만 지금 여기서 이미 은폐의 방식으로 시작되었다는 어제 묵상의 마지막 대목을 오늘 보충하겠습니다. 이런 신학개념들이 이해되지 않으면 기독교 영성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기독교 영성의 깊이를 잘 모르면서도 아는 것처럼 포즈를 취하거나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은 이들도 많습니다. 이런 습관은 빨리 벗어버리는 게 좋습니다. 종말은 우리에게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아직 죽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 종말이 와야 우리는 하나님의 얼굴을 직접 보듯이 부활 생명을 확실하게 볼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부활 생명, 즉 종말론적 구원은 분명히 미래의 사건입니다. 기독교 신앙이 이런 미래에만 자신을 걸어..

마가복음 후기(7)(막16:15)

'또 이르시되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16:15) 열한 명의 제자들에게 믿음이 없다고 꾸짖으신 부활의 주님은 다시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십니다. 세상으로 나가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명령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명령을 따르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명령을 따르려면 먼저 부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겠지요. 이 명령은 아직 부활에 대한 믿음이 없는 제자들에게 내리신 게 아니라 앞으로 믿음을 갖게 될 제자들에게 내리신 것입니다. 제자들이 다녀야할 ‘온 천하’는 세상입니다. 그 세상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그 세상은 선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현실의 세상은 악합니다. 그 악을 단순히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이며 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