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모세는 이스라엘의 장로들을 불러 유월절 제물에 대한 하나님의 지시를 전한다(21절). 제물로 잡은 양이나 염소의 피를 우슬초 묶음으로 찍어서 출입문 상인방과 좌우 문설주에 바르라는 것이다(22절). 우슬초 묶음에 피를 적셔서 바르라는 말은 모세가 덧붙였다. 우슬초(우리 이름 쇠무릎)의 줄기를 잘라 말리면 유용한 생활 도구가 된다. 구약성경에서 우슬초는 제사 예식에서 주로 피를 찍어 바르거나 뿌리는 데 사용되었다. 모세는 유월절이 시작되는 저녁부터 아침까지 아무도 문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당부도 전한다. 그래야만 이집트 사람들에게 내린 재앙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23절).
동시에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매 년 유월절을 지켜 주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신 일을 기억하게 하라고 이른다(24-25절). 유월절 예식을 지킬 때 출애굽 사건을 경험하지 못한 후손들은 “이 예식이 무엇을 뜻합니까?”(26절) 하고 물을 것인데, 그러면 주님께서 조상들에게 베푸신 일들을 알려 주라고 지시한다(27절).
모세의 지시 사항을 다 듣고 나서 이스라엘의 장로들은 그 자리에 “엎드려 주님께 경배를 드렸다.”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는 순간, 그분께 경배를 드리게 되어 있다. 그들은 모세의 지시 사항을 백성에게 알렸고, 백성은 지시대로 따랐다(28절).
묵상: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의 지시를 듣고 그대로 순종했다고 전합니다. 뒤에 가면,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은,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명하신 대로 하였다”(50절)고 강조합니다. 성경의 기록에서 “모든”이라는 형용사는 자주 “하나도 빠짐없이”라는 뜻이 아니라 “대다수”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들 중에는 모세와 아론이 전한 이야기를 믿지 못하여 실행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모세가 전한 하나님의 말씀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집트 사람들 중에도 선하고 의로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나님이 그들을 무차별적으로 심판하신다는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 중에도 당장 천벌을 받아 마땅한 악인들이 적지 않았을 터인데, 출입문에 양이나 염소의 피가 발라져 있다는 사실 하나로 죽음을 면한다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그런 잔인하게 심판하실 것이라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모세가 지시한 방법이라는 것도 너무나 미신적이고 주술적으로 보입니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의구심에 붙들려 주저하다가 맏아들을 잃는 비극을 당했을 것입니다.
위에서 예로 든 반론들은 예수님의 복음을 전할 때 자주 듣는 익숙한 레파토리입니다. 희생된 짐승의 피로 인해 구원 받는다는 말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한 유대 청년이 흘린 피로 인해 구원 받을 수 있다는 말은 참으로 믿기 어렵습니다. 믿고 행하면 구원 받는다는 것도 공정해 보이지 않습니다. 각 사람의 공과를 평가하여 구원 여부를 정하는 것이 더 정당해 보입니다.
팔짱을 끼고 우리의 좁은 머리로 따져 보면, 십자가의 보혈로 구원 받는다는 말은 “거리낌”이거나 “어리석음”(고전 1:23)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그 복음을 받아들이면, 그것은 “구원하는 능력”(롬 1:16)이 됩니다.
기도:
지금 돌아보니, 제가 복음을 받아들이고 보혈의 신비를 품게 된 것은 기적입니다. 복음을 거부하지 않을만큼 저희를 어리석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희의 지혜로움이 주님의 어리석음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주님 말씀에 “아멘” 하고 순종하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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