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나를 버리리라(2)(막14:27)

새벽지기1 2024. 2. 21. 04:31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이는 기록된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라 하였음이니라.'(막14:27)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 출가를 마다하지 않은 열두 제자들이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이후로 예수님을 버리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런 이유를 거론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겁니다. 일반적인 두 가지 관점만 살펴봅시다.

 

첫째, 제자들의 배신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입니다. 자신들에게 밀어닥칠 불이익을 그대로 감수하기 어려웠겠지요. 예수님의 십자가는 당대에 의로운 사람의 억울한 죽음이 아니라 가장 수치스러운 죽음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동정심을 받을 수 없는 죽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죽은 사람의 제자라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시련을 각오해야 합니다. 제자들도 이런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둘째, 제자들의 배신은 스승인 예수님에 대한 잘못된 기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누군지를 근본적으로 몰랐습니다. 예수님에 대해서 몰랐다는 건 제자들만이 아니라 당대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해당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자들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건 아닙니다. 제자들이기 때문에 그 책임의 무게가 더 크다고 봐야겠지요.

 

약간 옆으로 나가는 질문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교육은 실패한 것일까요? 하나님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배신행위를 경고만 할 뿐이지 미리 막지 못했으니까요. 아닙니다. 예수님의 능력은 모든 문제를 초능력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에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 나라가 임박했다는 사실에 자신의 모든 운명을 걸었습니다. 그것을 인식하고 참여하는 건 제자들의 몫이었습니다. 제자들이 거기에 이르지 못한 책임은 예수님이 아니라 제자들에게서 찾아야만 합니다. 예수님에게 십자가형을 내린 빌라도의 선고가 빌라도의 책임이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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