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평안의 띠로 하나되어

새벽지기1 2023. 6. 18. 06:45

    저는 Roanoke에서 열리고 있는 버지니아 연회(Virginia Annual Conference)에 참석하는 중에 이 글을 씁니다. 이미 알려 드린 것처럼 올해 주제는 “United as One in Mission”입니다. 성과 결혼의 문제에 대한 논쟁에 더 이상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고 한 마음이 되어 선교에 전념하자는 뜻입니다. Sue Haupert-Johnson 감독님이 새로 부임하여 연회의 진행 방법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행사와 회의보다 사귐과 나눔이 더 중요 해졌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2박 3일 동안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숙소에 들어오면 파김치처럼 지쳐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3박 4일로 일정을 늘리고 오전과 오후에만 모임을 가지도록 계획했습니다. 감독님은 모임을 끝낼 때마다 사귀고 나누는 일에 마음 쓰라고 참가자들에게 권하셨습니다. 여러 지역에 흩어졌던 목회자와 평신도 대표들이 한해에 한 번 만나서 해야 할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사귀고 나누는 일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연회 때마다 일어났던 볼 성 사나운 고성의 논쟁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버지니아 연회 안에 천 백 개 정도의 교회가 있는데, 그동안 백 여 개의 교회가 동성애 안수 문제로 탈퇴를 했습니다. 그분들은 연회 때마다 성과 결혼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고, 반대 진영에 있던 사람들은 같은 목소리로 그들과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 논쟁은 가끔 불미스러운 충돌로 비화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성과 결혼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악다구니로 싸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남은 셈입니다.

    어떤 문제든지, 대결과 충돌은 주로 극단적인 입장에 선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보수이든 진보이든, 극단적인 입장에 선 사람들의 수는 소수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입장을 허용하지 못합니다. 모두가 자신과 같은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치의 양보 없이 싸우려는 것입니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을 견지 하지만 자신과 다른 입장에 선 사람들을 존중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피력하고 대화하지만 상대방을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결국 진리를 알게 하실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연회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느슨하고 느리게, 물 흐르듯 진행 됩니다. 이제는 한 마음이 되어 선교를 위해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도록 보고 싶었던 광경입니다. 내년 5월에 있을 세계 총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도 지금 남은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같은 마음으로 서로 하나가 되어 선교를 위해 헌신하는 연합감리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역시, 중요한 것은 ‘성취’가 아니라 ‘관계’입니다.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귐과 나눔’입니다. 평안의 띠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자신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고,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성령의 임재를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우리 교단이, 그리고 우리 교회가 성령의 은혜 안에서 하나 되어 든든히 서 있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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