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향기로운 삶

새벽지기1 2023. 7. 3. 06:47

    지난 주, 제가 보는 인터넷 신문에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의 심장혈관흉부외과 주석중 교수가 병원 앞에서 교통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의사가 숨진 것에 대해 대서특필한 것이 이상하여 자세히 읽어 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은 대동맥 수술 분야에서 대체 불가의 인재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분의 죽음을 애도하게 만든 것은 단지 의사로서의 명성만이 아니라 환자들을 대하는 그분의 태도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분은 언제든지 환자들이 필요하면 달려갈 수 있도록 병원에서 10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난 날에도 자신이 수술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병원으로 오던 중이었습니다.

    그분에게 치료 받은 환자들과 가족들은 그분을 ‘주님’이라고 불렀다고 하지요. ‘주교수님’을 줄여서 그렇게 부른 것이지만, 그분의 수술 성공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분의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그분에게 치료 받았던 환자들과 가족들이 조문 하기 위해 병원으로 찾아오는데,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렇게 큰지를 보고 병원 관계자들이 놀라고 있다고 합니다.

    장례식을 마친 다음에 그분의 아들이 지인들에게 감사의 글을 보냈는데, 그 글이 또한 깊은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분의 유품을 정리하는데, 책상 뒤에 라면 스프가 널려 있었다고 합니다.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자주 라면으로 허기를 때웠다는 뜻입니다. 또한 그분의 서재에는 애용하던 만년필로 쓴 기도문이 여럿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분은 신실하게 신앙 생활을 하시던 분입니다. 그분은 영어로 직접 쓴 글귀 하나를 벽에 붙여 놓았는데, 그 내용이 이렇습니다.
    “…but what can I do in the actual healing process? Absolutely nothing. It is all in God’s hands.” (그러나 실제 치유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나도 없다.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다.)

    그분은 수술 후에 완치된 환자들이 감사하러 오면 늘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고쳐 주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어려운 수술을 두고 자신을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 했고,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손길을 잡아 달라고 기도했으며, 수술을 끝내고 나서 그 사람을 회복시켜 달라고 기도했던 것입니다.

    사고가 나기 얼마 전, 그분은 아내에게 “나는 지금껏 원 없이 살았다. 수많은 환자 수술해서 잘 됐고, 여러 가지 새로운 수술 방법도 좋았고, 하고 싶은 연구 하고, 쓰고 싶었던 논문 많이 썼다. 하나님께서 내려 주신 소명을 다한 듯하여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을 예감하고 그렇게 말씀한 것입니다. 그분은 하나님 안에 살다가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진정, 그분은 향기로운 삶을 살다 가셨습니다. 그분의 삶의 모습을 생각하니 그분이 하나님 품 안에 있으리라는 사실이 든든히 믿어집니다. 한 없이 숙연해지고 부끄러워지게 하는 삶이고 또한 죽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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