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은폐와 노출 (막 4:22)

새벽지기1 2022. 10. 13. 07:23

 '드러내려 하지 않고는 숨긴 것이 없고 나타내려 하지 않고는 감추인 것이 없느니라.' (막 4:22)

어제의 ‘그림말’에 대한 해석이 오늘 본문입니다. 공동번역으로 읽겠습니다. “감추어둔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 공동번역이 개역개정판보다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루터 번역은 우리의 개역과 비슷합니다. 직역과 의역 중에서 어떤 게 바람직한 번역인가, 하는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단 뜻이 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역이 낫다고 말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 한 마디만 한다면 번역은 어떤 것이든 완벽하지 않으며, 의역으로 치우칠수록 원래의 의미로부터 벗어날 염려가 있습니다. 완전히 창작하지 않고 대충 의역을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아닐 수가 있습니다.


다시 우리의 주제로 돌아옵시다. 위의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해석은 아주 어렵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구절에서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말을 생각해낼지도 모르겠군요. 이런 생각은 본문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멀리 나간 것입니다. 우리는 이 구절을 마가복음 기자가 말하고 있는 맥락(컨텍스트)에서 보아야 합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변증하는 중입니다. 그가 메시아라는 사실을 전합니다. 그런데 그 메시아 성은 은폐이면서 동시에 계시이기도 합니다. 예수의 메시아 성은 은폐와 노출의 변증법으로 사람들에게 나타난다는 말씀입니다.


위의 설명을 말장난처럼 생각할 분들도 있겠지요. 말장난이 아닙니다. 진리는 은폐와 노출이 상호적이며 변증법적입니다. 예수의 메시아 성은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 드러났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숨겨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등불이 등경 위에 올라 있듯이 결국 드러날 것입니다. 마가의 이런 신학적 고민과 사명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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