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8일
나는 ‘건망증 병’과 함께 ‘왕자 병’에 걸려 있다. 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쉽게 걸릴 수 있는 병들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기억도 하지 않고 다 잊어버리시니 나도 어느덧 조금 전의 일도 다 잊어버리고 만다.
건망증 갈수록 심해져
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던 제자 요한이 심한 ‘왕자 병’에 걸렸었는데 사도 요한을 닮다 보니 나도 어느덧 ‘왕자 병’에 걸리게 되었다. 바로 지난 주일 베트남에서 열린 선교사 대회를 다녀와서 설교를 하면서도 나는 이렇게 고백했다.
“제가 왕자 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을 여러분들이 좀 이해를 해주면 고맙겠습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러 선교사들이 제 방을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어떤 선교사들은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자녀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어느 선교사 부부는 수요일 저녁 예배 중이었는데도 저를
잠깐 나오라고 해서 나갔더니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두 자녀를 위해서 기도를 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어느 선교사는 아들의 이름을 제 이름을 따서 ‘명혁’이라고 지었다고 하면서 자기 아들이 목사님처럼 귀한 하나님의 종이 되도록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어느 선교사는 올까 말까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무릎 쓰고 선교사 대회에 왔는데 저의 소박한 메시지를 듣고 감동을 받아서 온 것이 얼마나 잘했는지 모른다는 말을 했습니다. 나이 듬직한 황모 목사는 미국 씨아틀에서 왔는데 저의 간증적인 말씀에 감동받았다고 하면서 거듭해서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식사 때마다 어린이들이 내가 앉은 테이블에 와서 조그만 유리 인형들을 받아가며 너무너무 좋아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선교사 사모들이 나를 바라보면서 너무 귀엽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제가 왕자 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을 여러분들이 좀 이해를 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내가 심한 왕자 병에 걸렸기 때문에 많은 경우 내가 하나님께 ‘어리광’도 부리고 ‘떼’도 쓰고 좀 ‘뻔뻔한’ 모습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 하나님께 얼마나 황송한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뻔뻔한 ‘왕자 병’에 걸리게 된 불가피한 인간적이고 신적인 이유들이 많다. 한경직 목사님, 김치선 목사님, 박윤선 목사님, 정진경 목사님 등이 나를 너무너무 좋아하셨고 최근에는 강원용 목사님도 나를 무척 좋아하셨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를 무척 좋아하시면서 나를 너무 많이 축복해주셨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한가지만 요약해서 싣는다.
1976년 여름, 대학생들을 데리고 충청북도 괴산군 옥현리에 가서 여름성경학교를 하던 중이었다. 그 동네의 청년들 20여명이 교회 근처에 와서 유행가를 부르며 서울에서 온 대학생들을 괴롭혔다. 나는 예정에 없던 전도의 대화를 저녁마다 그들과 나누게 되었다. 목요일 밤 동네 청년들을 교회당에 모아 놓고 사울이 바울로 변화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청년 하나가 앞으로 나와 회개하며 예수를 믿겠다고 고백했다. 다른 청년 하나가 또 앞으로 나오더니 자기도 회개하고 예수를 믿겠다고 고백했다. 청년 하나는 자기는 청주에서 잘 알려진 불량배인데 자기도 회개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날 밤 15-16명의 청년들이 하나하나 앞으로 나와서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나는 그날 밤 잠 자리에 누워서 다음과 같은 기도를 거의 한 시간 동안 드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토요일, 그들과의 이별은 눈물의 이별이었다. 그들과의 서신 왕래는 그 후 1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 편지들 중 일부를 소개한다.“나에게는 그 기간이 인생 중에 가장 은혜스러웠고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박사님이 설교와 기도하실 적에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박궁래). “떠나는 날 보천서 우리는 너무나 섭섭했어요. 왜 그렇게 눈물이 나오던지 나도 모르겠어요. 나의 죄가 무엇인지를 깨달았어요. 선생님, 가을에 꼭 한번 오세요”(박정옥).
감동의 편지 아직 기억남아
“죄책감에 눈시울을 적셔야 하는 나의 마음, 주여 이 몸을 용서해 주소서. 나의 발길은 교회로 향합니다”(김재옥). <「영몰라 통몰라」pp.37-3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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