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꽃 산행

새벽지기1 2020. 8. 15. 09:28

 

 

 

아침이 뻐근하다.

 

어제 새벽같이 보려 했던 꽃을 만나기 위해 끼니도 그른 채 1,200여 미터 높이의 산을 오른 탓일 것이다.

아침 햇살을 받는 꽃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것은 직접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일,

이 시기가 아니면 볼 수 없기에 숨을 헐떡이며 단숨에 능선까지 올랐건만

정상부 바로 아래에서 출입통제라는 글귀가 앞을 가로 막는다.

백여 미터만 가면 되는데.... 갑자기 허기가 밀려오고 먹을 것이라곤 달랑 바나나 한 개가 전부다.

털썩 주저앉아 바나나를 베어 물고 산아래를 내려다 본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봄이 펼쳐져 있다.

인생이 별것인가?

힘들게 올라왔지만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지.

터벅터 내려오며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다른 꽃들!

금괭이 눈, 애기괭이눈, 큰구슬붕이, 사초.....

한컷 한컷 카메라 셔터를 눌러주고 나무도 쳐다보고 계곡물도 쳐다보고 내려오니 점심때가 훌쩍 지나버렸다.

 

뻐근함이 나쁘지 않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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