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권혁승교수

베드로의 ‘메타노이아 (눅 5:8)

새벽지기1 2018. 1. 21. 07:34


"시몬 베드로가 이를 보고 예수의 무릎 아래에 엎드려 이르되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니“ (눅 5:8)  

 

웃시야 왕이 죽던 해에 이사야가 하나님을 뵙고 소명을 받은 것과 같은 사건이 베드로에게서도 있었다. 이사야는 성전에서 거룩하신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을 만났다면, 베드로는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을 직접 만났다. 두 경우 모두 마지막 결론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두 사건 사이에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사야는 시대적 위기를 절감하면서 하나님께 나아갔다면, 베드로의 경우는 예수께서 직접 그를 찾아오셨다. 이사야는 성전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혼자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뵙는 경험을 하였다면, 베드로는 공개된 야외 바닷가에서 다른 동료들과 함께 성육신 하신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경험하였다. 이사야는 공개입찰 방식의 부름을 받고 자원하여 하나님의 소명을 받은 반면에 베드로는 예수께서 직접 지명하심으로 예수를 따르는 제자가 되었다.

 

베드로가 예수를 만난 사건은 고기잡이의 일상생활 속에서였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베드로는 동료들과 함께 밤이 새도록 열심히 고기잡이를 하였다. 이스라엘은 더운 지방이라 낮에는 고기들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서늘해지는 저녁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 그런 기후적 영향으로 고기 잡는 일은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

 

베드로와 그의 일행은 그날 밤 실망스럽게도 한 마리의 고기를 잡지 못했다. 날이 밝아오자 베드로는 할 수 없이 빈 배로 돌아오게 되었다. 지친 몸에 마음도 낙심되어 무거웠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때 예수께서 접근 해 오셔서 베드로의 빈 배를 육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대도록 부탁하셨다. 그리고는 바닷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천국 복음을 전하셨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높기 때문에 사람의 목소리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매체 역할을 한다. 예수께서는 그런 점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천국복음을 전하셨다. 베드로의 배는 그 일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된 것이다.

 

말씀을 마치신 후 예수께서는 깊은 곳에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지시하셨다. 바다에서 고기 잡는 일에 익숙해 있던 베드로가 그런 지시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예수의 말씀에 순종하였고, 그 결과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게 되었다. 그런 놀라운 일을 경험한 베드로는 예수의 무릎 아래에 엎드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라고 고백이었다.

 

베드로는 고기를 많이 잡았다는 감격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죄인임을 깊이 깨우친 것이다. 그것은 예수의 거룩하심 곧 그분 속에 담겨있는 거룩한 신성 앞에 자신의 누추한 모습을 숨김없이 노출시킨 것이다. 베드로가 깨우친 죄는 겉으로 드러난 것이기보다는 내면의 본질적인 죄에 대한 자각이었다.

 

베드로의 죄 고백은 하나님 경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베드로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놀랐다’로 번역된 헬라어 원문은 ‘두려움이 그들을 사로잡았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두려움’에 해당하는 헬라어 ‘땀보스’는 경악할 만큼 큰 놀라움을 뜻하지만 경외의 두려움이란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주신 것은 “무서워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씀이었다. 그러면서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라는 소명을 주셨다. 여기에서 ‘취하다’로 번역된 헬라어 ‘조그레오’의 어원적 의미는 ‘전쟁에서 포로로 산채로 붙잡다’는 뜻이다. 이는 베드로가 고기를 잡는 어부에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변화시키는 새로운 역할의 인물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다른 복음서에서는 이를 두고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마 4:19; 막 1:17)고 하였다.

 

그 일로 인하여 베드로와 그의 동업자였던 야고보와 요한에게는 새로운 삶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들이 배를 육지에 대고 난 뒤 모든 것을 버린 채 예수를 따르게 된 것이다(눅 5:11). 삶의 대반전 ‘메타노이아’가 일어난 것이다. ‘메타노이아’는 거룩한 하나님과의 만남에서 시작이 되지만, 마지막 결과는 이전의 삶을 완전히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하나님과의 만남과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 사이에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과정이 끼어있다. 그런 점에서 ‘메타노이아’는 ‘회개’보다는 ‘회심’이 더 정확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갈릴리 바닷가에서 평범한 어부로 생활하던 베드로는 그 나름대로 자신의 삶에 충실한 건전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갈릴리라는 한정된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 역사의 변두리 인물이었다. 그런 베드로에게 예수와의 만남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새로운 역사의 주역인물로 등장한 것이다. 그것은 성육신하여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를 찾아와주심으로 이루어진 ‘메타노이아’의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