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권인목사

낙엽과 눈 그리고 물

새벽지기1 2017. 11. 24. 23:56


샬롬! 찬미예수


이미 땅에 떨어져 뒹굴고 있는 낙엽과

아직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낙엽을 보면서

낙엽을 주제로 절절한 시를 썼던 시인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보았다.

피천득, 이효석, 정호승, 구르몽, 이해인 정연복 등등 이 외에도 주옥 같은 시의 찬가가 진설된다.


낙엽의 시 (정연복)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고 해도

한 장의 낙엽만큼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

 

입이 없어 말을 못하고

손이 없어 시는 못 써도

살아서나 죽어서나

그냥 제 모습 그대로

무언의 화두(話頭)

되어버리고 마는 것을.

 

인간의 모든 빛나는 언어와

기교를 동원한들

낙엽의 시 같이 깊고

진실한 시가 생겨날 수 있을까.  



낙엽 (정연복)

 

실바람에도 흔들리는

가벼운 몸으로

세상 한 구석에

시원한 그늘 드리우고

삶에 지친 이들에게

희망의 몸짓을 해대던

저 작은 것이

이제 지상을 떠나가네.

 

눈부시게 푸르던 한 생

고이 마감하고

손을 흔들며 온몸으로 춤추며

작별 인사를 하네.


 

낙엽 서시 (정연복)

 

한줄기

바람이 불어

낙엽 한 장

가벼이 날리더니

고요히

땅에 떨어진다.

한철 살면서도

자연의 순리를 따라

고분고분

순한 모습이더니

생의 끝마침도

참 조용하고 깨끗하다.

지상에 잠시

발붙여 사는 동안

나도 저렇게

순하게 살아가다가

군말 없이

총총 사라지리라.



낙엽 (정호승)

 

내 가는 길을 묻지 마세요.

언제 돌아오느냐고 묻지 마세요.

가을이 가고 또 가을이 가면

언젠가는 그대 실뿌리 곁에

살며시, 살며시 누워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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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눈이  펄펄 내렸다.

정말 첫눈 다웠다.

그러나 이젠 어린 시절 옛 추억의 낭만보다는

자동차 문명의 편리함이 낭만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눈사람도 소외를 당하고 더 많이 사라졌다.



눈사람 (차옥혜)

 

마음도 없는 것이

손도 발도 없는 것이

녹으면 단지 한 옴큼 구정물인 것이

길을 환하게 한다.

차가운 것이

나를 따뜻하게 한다.

얼마 안 가 개구쟁이들의 발길에 부서지거나

햇볕에 사라질 것이

다정한 친구가 된다.

나는 무엇을 보며 위로 받고 사는가.

나는 누구의 눈사람인가

눈부신 하얀 허물을 벗으면

시커먼 산성물인 것 알면서도

눈사람 없이는

겨울 길을 걸어갈 수 없구나.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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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네 개의 시와 눈사람은 제각각의 감흥을 주는 감상적인 시라면

지금 이 물에 대한 시는 나의 삶의 태도요 마음이고 싶다.

물의 위대함을 배우고 물의 유연함을 체득하며 살고 싶다.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유승우)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굵은 뼈, 잔 뼈, 가시도 없으며, 척추도 관절도 없습니다.

심장을 보호할 갈비뼈도 없어서 맑은 마음이 다 드러나 보입니다.

뼈가 없어서 누구하고도 버티어 맞서지 않습니다.

뼈대를 세우며 힘자랑을 하지 않습니다.

누가 마셔도 목에 걸리지 않고 그의 뱃속에 들어가 흐릅니다.

누구를 만나도 껴안고 하나가 됩니다.

뼈대 자랑을 하며 제 출신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높은 곳 출신일수록 맑고, 더욱 빨리 몸을 낮춥니다.

뼈도 없는 것이 마침내 온 땅을 차지하고 푸르게 출렁입니다.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