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국원교수

[기독교문화 변혁, 핵심 읽기](30) 재난 대비

새벽지기1 2016. 10. 2. 07:07

‘생명 존중’ 가치관이 확실한 대책

 

  
 ▲ 신국원 교수 

세월호 사건 이후 재난방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재난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우발적이며 불가항력적 요소가 있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어의 재난을 뜻하는 disaster는 헬라어 ‘별’(아스터)에 ‘나쁜’(두스)을 의미하는 접두사가 붙어 만들어졌습니다. 재난의 원인을 혜성이나 운석에 돌리는 미신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하지만 재난은 나쁜 별의 기운으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재난은 특정 사회의 생활방식인 문화와 연관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창조질서와 자연재해

흔히 천재지변이라고 부르는 지진이나 홍수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났다면 재난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들은 창조질서의 일부입니다. 지진은 그 질서를 유지하는 지각활동의 일환으로 일어납니다. 아름다운 산과 계곡도 지각 충돌의 결과로 지표면이 밀려 올라가 만들어졌습니다. 폭풍은 강한 바람이고 쓰나미도 초대형 파도입니다. 바람과 파도는 공기와 물의 순환과 운행의 필수 요소입니다. 화산활동 역시 지구 내부의 열 조절을 위해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전부 알 수 없으나 모두 지구의 생명체 존속을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보입니다.


자연의 힘은 또한 볼만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크휠드는 자주 일어나는 작은 지진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활발하게 살아있는 화산지대입니다. 시편에도 지진을 노래한 시가 있습니다. “저가 땅을 보신즉 땅이 진동하며 산들에 접촉하신즉 연기가 발하도다”(104:32).

자연의 힘은 우리 삶에 유익한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때로 매우 파괴적인 것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순간 지구의 얇은 지각이 흔들리고 폭발하기도 합니다. 이 때 인간이 그 힘의 통로에 있던지, 심지어 거슬리려 할 때는 화를 당하기도 합니다. 자연재해는 인간이 자연 앞에 오만하거나 부주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가르쳐 줍니다.


재난과 재해

  
 ▲ 일러스트=강인춘 
 

불신자들 가운데는 이런 자연의 모습이나 천재지변 때문에 신의 존재나 특히 그의 선하심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에 답변하려고 고안된 신정론(神正論)은 사실 그리 설득력이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창조질서의 선함을 믿는 것이 잘못된 세계관을 벗어나는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나아가 선한 창조질서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과 문화 때문에 불필요한 재난이 일어나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의 필요를 깨달아야 합니다.



재난은 근본적으로 인재입니다. 지난 일본 재난만 해도 물은 곧 바다로 빠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방사능은 그렇지 않습니다. 쓰나미는 해변 안쪽으로 몇 킬로미터를 파괴했을 뿐입니다. 반면에 원전사고는 수십 년간 수백 킬로미터를 폐허로 만듭니다. 가뭄과 홍수 피해는 일시적이나 삼림 훼손에 의해 생기는 환경오염과 온난화는 회복불능의 파괴를 가져옵니다.

재난으로 인한 사망사고의 95%가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난다는 사실도 안전불감증과 같은 문화적 요인이 재앙의 원인이거나 피해를 키운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이처럼 재난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사회문화적 위험요소로 인해 재앙이 증폭되곤 합니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재해와 재난에 대해 하나님의 존재나 선하심을 의심하거나 자연의 눈먼 힘을 탓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재해 방지의 책임

사실 모든 재난은 인재라는 말이 맞습니다. “사고왕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준 삼풍백화점 붕괴나 이번 세월호 사고도 그것을 잘 보여줍니다. 보통 사고란 기술적 문제만 아니라 책임자의 주의부족이나 직무유기로 일어납니다.

반대로 재난에 적절히 대처한 예들도 많습니다. 동남아 해변을 초토화시킨 2004년 쓰나미 때, 진앙지에 가까이 위치한 시뮤에류 섬에선 7만여 주민 중 단 7명이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10미터 높이의 해일이 30분 만에 덮쳤지만 1907년 비슷한 일을 겪은 어른들이 갑자기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재빨리 사람들을 피신시킨 덕택이었다고 합니다. 새떼와 충돌 후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미국 항공기 1549편의 경우에도 승무원들의 책임 있는 대처와 당국의 발 빠른 구조로 승객 전원이 구출된 최고의 사례로 꼽힙니다.


재난에는 인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인구증가로 거주지역이 넓어지고 또 집중도심에서 위험요인 늘어나 재난의 강도와 빈도가 모두 높아지고 있어 대비의 필요가 더욱 켜졌습니다.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서 기술적, 제도적인 장치가 잘 구비돼야 하지만 인간생명을 존귀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먼저 확립되어야 합니다. 인간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그 어떤 대비책도 효과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국원 교수  ekd@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