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국원교수

[기독교문화 변혁, 핵심 읽기](31) 신앙과 교양

새벽지기1 2016. 10. 4. 07:29


그리스도인, 시민적 교양 갖춰야


  
 ▲ 신국원 교수 

최근 한 언론이 국무총리 후보가 교회에서 한 언행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자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우리 사회가 다원화될수록 점점 더 잦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왜 예수님께서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마 10:16)하셨는지 새삼 피부에 와 닿습니다. 기독교인 중 사회 지도층 인사일수록 공적인 장에서는 물론이고 교회 내에서도 매사에 깊은 주의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념과 종교적 다양성

근래 한국사회는 다양한 지역과 계층, 세대간 이해관계와 이념의 갈등으로 긴장이 높습니다. 비교적 평온했던 종교간 갈등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지금처럼 개신교, 천주교, 불교가 규모나 영향력에서 호각지세를 이룬 때는 없었습니다. 더욱이 천주교와 불교와 진보 이념운동가들까지 모두 가장 싫어하는 종교로 개신교를 꼽습니다.

어느 사회나 다양한 계층과 신념의 공동체들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감정적으로 대립되는 상황은 있게 마련입니다. 특히 근래에는 이념적 갈등이 가세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종교적 갈등에 대한 우려는 기우가 아닙니다. 사실 이미 단군상 훼손문제나 사학법, 공직자 종교편향 시비 같이 신앙적이고 이념적 대립의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포스트모니즘의 도래와 더불어 극단적 다원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로 인해 절대적 진리나 유일성을 주장하는 종교는 물론이고 철학적 이론도 모두 비판과 의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은 절대진리를 믿고 그에 따라 살며 복음이 유일한 구원의 길임을 양보할 수 없는 우리가 가장 불리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공적 사회에서의 기독교의 입지는 날로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심한 기독교, 무례한 기독교, 이원적 기독교

  
 ▲ 일러스트=강인춘 

오늘날과 같은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기독교인이 빠지는 위험 중 하나는 시대정신인 다원주의에 함몰되는 것입니다. 인본주의적 신앙을 가진 이들 가운데는 모든 종교와 신앙은 결국 하나라는 생각에 빠져 선교나 전도를 사실상 포기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다른 신앙이나 이념과의 상호 인정과 공존을 주장하는 ‘소심한 기독교’를 만들어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다원주의 상황에 대해 무지하거나 알지만 독단적 자만에 빠져 무시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무례한 기독교’입니다. 불신자들을 무시하며 크고 작은 갈등에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합니다. 이런 무례함 이면에는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고,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 편이라는 근거 없는 ‘승리주의’가 자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보다 더 흔한 잘못은 이 두 가지 위험에 함께 빠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교회 안에서는 확신 있는 신앙인이지만 밖에서는 눈치껏 불신자들과 별 차이 없이 살아갑니다. 이른바 ‘이원적 기독교’입니다.

이 셋 모두 적절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기독교 지도층 인사들의 경우도 이 셋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되지 않았는지 조심스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적절한 자신감

다양한 이해관계와 신념들이 크고 작은 사안으로 갈등을 빚는 사회문화적 환경일수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확고한 신앙적 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확신 있는 신앙이 개인적이며 사적인 독단일 필요는 없습니다. 확고한 신앙과 함께 남을 존중하며 언행이 일치된 예의 바른 삶을 통해서 믿음의 능력을 증거하는 ‘적절한 자신감’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런 자세를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복음을 통한 구원과 그에 기초한 새로운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확신입니다. 우리는 그 믿음을 교회 안팎에서 삶으로 자신 있게 증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앙의 확신을 가지는 것과 어떻게 그것을 보이는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한국교회는 그간 확신을 설득력 있는 삶으로 제시하는 일에 서툴거나 실패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리차드 마우는 <무례한 기독교>에서 신앙인이 불신사회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탁월한 시민적 교양”을 갖출 것을 주장합니다. 교양 있는 태도란 온유하고 공손한 태도로 불신세계를 대하되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긴장이 가득한 사회에서의 효과적으로 복음을 증거하려면 적절한 자신감과 함께 이런 시민적 교양이 필수입니다. 이 시대에 효과적인 증인이 되기 위해서 확신과 교양을 함께 갖춘 그리스도의 제자로 거듭나야 할 때입니다.

신국원 교수  ekd@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