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국원교수

[기독교문화 변혁, 핵심 읽기](32) 거듭난 축구

새벽지기1 2016. 10. 5. 07:47


공정한 축구경기 ‘샬롬의 축제’돼야

 

  
 ▲ 신국원 교수 

온 나라가 축구 열기로 또 다시 떠들썩합니다. 감독의 희망처럼 8강에 진출하기라도 한다면 거리는 응원인파로 뒤덮일 겁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붉은악마가 비성경적이니 하얀천사 운동을 벌여야 할까요? 경기가 예배시간과 겹치지 않기를 기도하며 일정이 얼른 끝나기만 기다려야 할까요? 월드컵만이 문제가 아닐진대,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에 대한 근본적 변혁 방안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축구와 놀이

축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의 본질은 놀이입니다. 놀이란 생존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축구는 놀이를 본질로 하는 예술처럼 자유로운 상상력과 즐거움의 유희입니다. 문화와 예술이 그렇듯이 돈과 명예가 생기는 일은 본질과 무관합니다. 하지만 아름답습니다. 놀랍습니다. 기가 막힙니다. 기쁨을 줍니다. 열광하게 합니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메시라는 선수의 절묘한 슛으로 결판이 났습니다. 두 시간 가까운 팽팽한 균형을 단번에 깨뜨리는 골이었습니다. 공은 수비수 3명 사이로 20m 넘게 날아가 골 망을 흔들었습니다. 저절로 탄성이 터지게 하는 신기(神技)였습니다. 회전하며 커브를 그리는 공의 궤적은 예술이었습니다. 양팔을 벌리고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그와 함께 전 세계 축구팬들이 하늘을 나는 듯한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이런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애써 외면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예술이 창조주를 찬양할 수 있다면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막힌 개인기와 정교한 팀워크, 페어플레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기는 인간에게 주신 능력과 재능을 증거합니다. 하나님은 아름다운 노래와 명쾌한 글을 통해서만 아니라, 공을 발로 차고 머리로 받아 골대에 넣는 것을 통해서도 찬양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의 타락

문제는 놀이가 비본질적인 것에 의해 좌우되면 망가진다는데 있습니다. 상업성이 그 주범입니다. 정치도 한 몫을 합니다. 육체를 경시하는 이원론자들은 스포츠를 “종들이나 시켜야 할 일”이라며 경멸하기도 합니다. 일을 중시하고 놀이를 경시한 것은 청교도만이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같은 이유로 스포츠를 무시했습니다. 반대로 몸을 숭배하는 문화는 축구를 종교로 만들고 스타들을 신격화합니다.


스포츠는 건강증진이나 인격수양 같은 도덕적 함양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도 잘못입니다. 그런 면들도 역시 본질은 아닙니다. 축구의 본질은 상상력 넘치는 유쾌하고 창조적인 놀이입니다. 축구는 가죽 몇 장을 둥글게 꿰매어 바람을 집어넣은 공을 따라 스물 두 명이 함께 만들어내는 예술입니다. 공의 움직임에 따라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울고 웃는 드라마가 일어나고 역사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개혁주의 사상가 아브라함 카이퍼는 창조질서의 ‘영역주권’을 주장합니다. 하나님께서 국가와 교회, 가정, 사업, 교육 등 삶의 모든 영역에 각기 고유한 원리와 권한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원리에 따라 국가가 교회를 좌우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같은 원리가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에도 해당된다고 하겠습니다.


거듭난 스포츠

  
 ▲ 일러스트=강인춘 
 

초대교회 교부 터툴리안은 “예루살렘과 아테네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했습니다. 당대의 문화를 지배했던 철학을 “이단의 아버지”라고 했으니 검투사 경기를 질타한 것은 말할 나위 없습니다. 그가 지금 살았다면 축구를 사탄의 도구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그 자체가 악이거나, 신앙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축구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방법은 많습니다. 골을 넣고 무릎 꿇어 기도하거나 하늘을 우러러 성호를 긋는 제스처만 아닙니다. 언젠가 브라질 팀이 했듯이 속옷에 ‘예수님은 사랑’이라고 쓰고 들추어 보이는 것도 한 방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축구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줄 아름답고 창조적이며 공정한 경기를 하는 것입니다.


축구팬들도 할 일이 있습니다. 축구가 상업성 같은 것에 의해 망가지지 않도록 지키는 일입니다. 축구가 우상이나 종교가 아니라 건전한 놀이로 남도록 해야 합니다. 축구는 하나님께서 주신 즐거운 놀이일 뿐입니다. 축구가 돈 잔치가 되거나 광란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축구가 창조주를 찬양하고 사람들이 하나 되는 샬롬의 축제가 되도록 하는 일에는 바른 관람문화 정착이 큰 몫을 합니다.

신국원 교수  ekd@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