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틀에 가두는 목회, 틀에서 해방하는 목회

새벽지기1 2016. 8. 28. 21:21


사람은 같아도 같은 사람은 없다. 세상에 존재했던 그 누구도, 심지어 쌍둥이도 제각각 다르다. 사람이 다른 만큼 삶의 향기와 색깔도 다 다르다. 목회도 마찬가지다. 모든 목회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목회자마다 그 색깔과 결이 다르다. 어쩌면 같은 경전을 믿고, 같은 신앙을 고백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목회의 내용과 양태는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천차만별인 목회의 양태를 크게 둘로 나눈다면 ‘틀에 가두는 목회’와 ‘틀에서 해방하는 목회’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두기만 하는 목회, 해방하기만 하는 목회가 따로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두 가지 형태의 목회는 서로 뒤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느냐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두 목회의 차이점은 수없이 많다. 백가지를 거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두 목회의 차이를 말한다면 ‘목회자 중심이냐 하나님 나라 백성 중심이냐, 교회 중심이냐 하나님나라 중심이냐’로 요약할 수 있다. 그에 따른 특징 몇 가지만 꼽아보자.


틀에 가두는 목회는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조한다.

목회자의 의지와 비전도 하나님의 뜻인 교회 성장에 맞추어져 있고, 성도를 양육하는 근본 목표도 교회의 일꾼을 양성하는데 맞추어져 있다. 교회의 성장과 활성화를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개설할 뿐만 아니라 성도들의 물적 정신적 시간적 에너지를 교회로 끌어 모으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신앙으로 개인생활, 가정생활, 사회생활을 하도록 안내하기보다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도록 안내한다. 그렇다고 성도들의 필요를 외면하는 건 아니다. 성도들의 필요를 적절하게 만족시켜주어야 교회에 사람이 모이고 교회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다양한 양육프로그램, 문화프로그램, 봉사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건 기본이다.

틀에서 해방하는 목회는 교회성장이 아니라 성도 한 사람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우는데 목표가 있다.

양육프로그램을 통해 교회의 일꾼을 양성하기보다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삶을 책임 있게 살아가도록 일깨우고 돕는데 최우선순위를 둔다. 교회의 제도에 순응하고, 교회생활에 열심히 참여하도록 안내하기보다는 신앙생활의 지평을 삶 전체로 확대하도록 안내한다. 교회생활이 신앙생활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교회생활을 최소화하는 어리석음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목회의 차이점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목회자마다 목회의 색깔이 많이 다르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그 차이가 어떤 차이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틀에 가두는 목회라고 해서 성도들이 부자유함을 느끼거나 답답해하는 것도 아니고, 틀에서 해방하는 목회라고 해서 성도들이 자유를 만끽하거나 해방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민주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권력과 시장권력과 언론권력이 필요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을 틀에 가두고 있고, 심지어 원격조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히려 한없는 자유를 구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성도들도 틀에 갇혀 있지만 그 틀이 모종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일정한 틀이 있는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매우 자유로운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한다. 틀이 강고할수록 더 깊은 신뢰와 안정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참 이상하다. 예수님은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했는데(요8:32), 그 말씀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틀 안에 안주하기를 즐거워한다.

 


아담의 아들 가인이 성을 쌓은 이래 사람은 언제나 일정한 틀을 만들어왔다. 신의 이름으로, 전통의 이름으로, 도덕의 이름으로 자유의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틀을 만들어왔다.

하여, 자문해본다. 자유의 복음은 언제쯤 교회의 현실이 될까? 틀에서 해방하는 목회는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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