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21년 만의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

새벽지기1 2016. 8. 21. 08:20


미얀마의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지난 16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사에서 21년 만에 감격적인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 모습을 짧은 동영상으로 보았다. 미얀마의 독립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이자 옥스퍼드 대학 출신인 수치 여사는 1989년부터 2010년까지 총 15년을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고 출국조차 금지됐었다. 그 와중인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는데, 가택연금 중인 수치 여사를 대신해 아들과 남편이 상을 받았던 것을 21년 만에 본인이 노르웨이를 방문해 수락 연설을 한 것이다. 21년 만의 수상 연설,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노르웨이 왕실을 비롯한 600여명의 고위인사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등단한 수치 여사는 준비한 연설문을 차분하게 읽었다. 그녀는 “1991년 받은 노벨평화상은 내 존재감을 되찾게 해줬다”고 밝혔다. “가택연금 시절 내가 더 이상 이 세상의 한 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고 회상하면서 “하지만 1991년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됨으로써 내 존재감을 되찾게 됐다”고. 이어 수치 여사는 “(수상으로)우리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은 우리의 정치적 자유를 향한 투쟁에 영원한 빛을 던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21년이라는 세월의 벽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가 겹치는 순간은 정말 뭐라 표현할 수는 없는 뭉클함이었다. 세월의 무게가 참으로 장엄하고 찬란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더 이상 세상의 한 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는 그녀의 고백이 가슴을 때렸다. 정녕 그랬을 것이다. 감옥보다야 나았겠지만 군부 독재 정권의 서슬 퍼런 감시 하에서 집이 곧 감옥이었을 때의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아무리 세계인의 양심에 호소하며 대의를 위해 투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때로 혼자라는 생각, 이러다가 영영 잊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무섭게 밀려왔을 것이다. 어쩌면 그 생각이 군부의 감시와 핍박보다 더 견디기 힘든 싸움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고백한 것처럼 노벨상 수상은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아 주었을 뿐 아니라 정치적 자유를 향한 투쟁의 빛이 되었을 것이다.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주었을 것이다. 노벨상을 통해 전달된 세계인의 지지가 지난한 가택연금을 견뎌내고 오늘이 있게 한 버팀목이었을 것이다.

 

세월의 강을 뛰어넘어 과거의 자리에 선 수치 여사의 연설을 들으면서 노벨상위원회가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의롭고 고독한 싸움에 세계인의 힘을 실어주는 노벨상위원회의 역할이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도 하나의 노벨상위원회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험한 인생길에 지쳐 힘들어하는 한 사람, 불의한 권력 앞에서 고독하게 투쟁하는 한 사람에게 따뜻한 지지와 격려의 손길을 내미는 개인 노벨상위원회가 되어야겠다는 생각. 교회 또한 세상에게 노벨상위원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 연이어 노벨상은 평화를 향한 희망과 인간에 대한 신뢰를 마지막까지 붙잡게 하는 하나의 상징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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