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오후 교회 형제와 자매 그리고 여러 지인들과 함께 스페인 출신의 남성 5인조 아카펠라 그룹 'B Vocal' 콘서트에 갔다. 예술의 전당이 아닌 분당한신교회당으로. 교회당에 들어서니 공간의 웅장함이나 조명, 음향, 좌석 등이 전문 공연장에 비해 턱없이 열악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과연 콘서트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을까 걱정부터 됐다. 약간의 실망감을 애써 다독이며 공연을 기다렸다. 조명이 꺼지고 검은색 중세 수도복 차림을 한 5명의 남자가 미사곡을 부르며 입장했다. 순간, 교회라서 저렇게 오프닝을 하는 걸까, 예술의 전당에서도 저렇게 했을 지가 궁금했다. 곧바로 수도복을 벗더니 그룹 ABBA의 dancing queen으로 공연에 돌입했다. 이어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비지스, 영화 시트터액트, 레이디 가가의 곡들은 물론 탭댄스와 스페인의 플라맹고까지 정말 다양한 장르를 코믹한 퍼포먼스와 함께 연주했다. ‘don't worry be happy’를 ‘be happy be vocal’로 살짝 바꿔 청중과 함께 호흡한 것도 재미있는 시도였고, 한국 여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는 Korean Girl도 한국 공연을 위한 멋진 선물로 손색이 없었다.
B Vocal은 단지 노래를 하는 게 아니었다. 발걸음, 얼굴 표정, 몸짓, 목소리 톤 하나하나가 노래와 함께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쇼였다. 등장부터 퇴장까지 어느 것 하나도 밋밋한 게 없었다. 청중의 시선과 마음의 움직임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철저하게 계산된 재치와 유머러스한 몸짓을 쉬지 않고 뿜어냈다. 특히 한국의 청중들을 위한 ‘대박’, ‘미안’, ‘여러분, 감사합니다’ 등의 한국말 사용은 배꼽을 쥐게 만들었다. 15년 동안(1997년에 창단됨) 한 솥밥을 먹은 자들이 아니라면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정교한 호흡은 가히 일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끝나자 모든 청중은 기립박수와 열띤 함성으로 앵콜을 했다. 앵콜은 놀라운 반전이었다. 한국 가요 ‘마법의 성’을 시작으로 원더걸스의 ‘노바디’, 신중현의 미인 등을 춤과 함께 정확하게 불러재꼈다. 청중을 즐겁게 하는 그들의 감각과 열정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한 그들이 고마웠다.
그들의 공연을 보면서 들어오는 생각은 이랬다. B Vocal 콘서트는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목소리의 마술이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라고. 어떤 악기도 없이 오직 목소리와 몸으로 세계인의 마음에 재미와 감동을 선물한 그들의 공연은 정말 환상적인 목소리 쇼였다. 비트 박스에서부터 드럼, 기타, 트럼본, 첼로, 바이얼린 등 그들은 목청 하나로 못 내는 소리가 없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음의 고저, 강약을 조절하면서 맘껏 목소리 마술을 펼쳤다. 정말 목소리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최고의 목소리 마술 쇼가 즐겁긴 했으나 엔터테인먼트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의 고유한 세계로 깊이 빠져들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지나친 엔터테인먼트가 그걸 방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쇼가 음악을 압도했다는 느낌, 감동이 재미에 치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악적인 완성도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음악적 완성도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감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음악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그들의 수고가 고마웠고, 덕분에 맘껏 즐거워했으면서도 음악이 주는 순수한 감동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감동과 재미 중 재미는 금방 잊히지만 감동은 오래 남는 것이라는 진실을 발견하는 소득을 얻기도 했다.
'B Vocal'이 다음에 또 온다면 고민하지 않고 달려갈 것이다. 사람의 목소리가 이토록 다양하고 놀라운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게 지금도 신기하기만 하다. 젊음과 목소리 하나로 세계인의 마음에 기쁨과 감동을 선물하는 그들의 마법 같은 목소리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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