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믿음과 인격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3. 2. 06:44

믿음과 인격

 

교회 다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격은

차이가 날까?

이런 문제를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힘들다.

무엇을 인격으로 보느냐도 간단한 게 아니다.

이런저런 까다로운 요소들은 다 접어두고

전체적인 방향만 말한다면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인격적으로 나을 것이 없다.

대한민국 사회 안에서만 볼 때,

아마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텐데,

예수 믿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격적으로 더 우월하지 않다.

 

벌써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감리교신학대학교의 어떤 교수가

아래와 같은 질문을 설문으로 돌렸다.

경제 윤리에서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안 다니는 사람보다 더 나은가 하는 질문이다.

이것은 기독교인의 윤리관에 대한 질문이다.

별로 차이가 없다는 대답이 나왔다.

물론 이 설문은 비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들이 볼 때 기독교인들도 자신들보다 나은 게 없다.

비교적 정확한 대답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혹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이 문제는 각 종교의 성직자에 대한 신뢰도 조사와 비슷하다.

세상 사람들은 가톨릭 사제를 가장 신뢰하고,

다음은 불교의 승려들이다.

목사는 미용사보다 못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세상 사람들이 기독교와 목사들을 오해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게 실체적 진실인가?

다른 건 접어두고,

나는 교회 안에서 이전투구로 싸우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

담임목사와 원로목사가,

당회와 안수집사 모임이 싸우는 일은 많다.

심지어 세상 법정으로 끌고 가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다 자신들이 상대방보다 더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80% 잘못한 사람도 있고,

20% 잘못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교회에서 싸움질 할 수 있는가.

만약 나의 경우에 그런 싸움에 연루된다면

당장 담임목사직을 그만 둘 것이다.

목사직을 수행하지 않아도 굶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교회는 근본적으로 신앙적인, 인격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데,

그게 깨진 상태라고 한다면 모든 걸 포기해야 하는 게 마땅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너무 싸운다.

진리 논쟁이 아니라 기득권 싸움이다.

사소한 말다툼 정도가 아니라

원수를 대하는 듯한 싸움이다.

한국교회는 늘 전투적이다.

신자들도 그렇게 배운다.

풍차를 보고 적군이라고 착각해서

칼을 들고 돌진하는 돈키호테와 같다.

금년 10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WCC 10차 총회를

총회 차원에서 반대하는 고신과 예장합동 등의 모습을 보면

한국교회가 얼마나 전투적인지를 알 수 있다.

(이 교단에 속해 있는 다비안들에게는 용서를 빈다.)

자기와 같지 않으면 트집을 잡아 무조건 배척한다.

그런 교단이나 교회에 속한 신자들은

그것을 분별할 능력이 없으니

그냥 교회 지도자들을 따라갈 뿐이다.

안쓰럽다.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우리는 욕먹어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