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뒤집어진 나라 (막 9:33-37)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2. 23. 06:58

해설:

예수님과 일행은 가버나움에 이르러 잠시 머무신다. 그 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오는 길에서 다투는 것을 보았는데 무엇 때문이었는지 물으신다(33절). 그들은 길에서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34절)를 두고 다투었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알고도 모른 척 하셨을 것이다. 예수님의 질문에 제자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예수님이 아시고 물으시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일로 다투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게 느꼈을 것이다. 예수님이 누누히 가르치셨음에도 그들은 예수님이 지상 왕국을 세우실 것이라고 기대했고, 그 때 누가 일등공신으로 인정 받을 것인가를 두고 다투었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불러 놓고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그는 모든 사람의 꼴찌가 되어서 모든 사람을 섬겨야 한다”(35절)고 말씀하신다. 제자들이 원한 것은 가장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고 싶으면 가장 낮은 자리에 내려와 섬겨야 한다는 가르침은 제자들에게 충격적으로 들렸을 것이다. 그들이 아는 세상의 원리와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중에서야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를 깨닫는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첫째 되는 것”은 가장 높은 자리에 서는 것이 아니라 가장 큰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했다. 세상 원리에서는 힘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는 사람이 “첫째”로 여겨지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가장 낮은 자리에 내려가는 사람이 “첫째”로 여겨진다. 

 

이어서 예수님은 구경하고 있던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앞에 세우시고는 껴안아 주시면서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이들 가운데 하나를 영접하면, 그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는 사람은, 나를 영접하는 것보다, 나를 보내신 분을 영접하는 것이다”(37절)라고 말씀하신다. 당시에 어린이는 사회 계층 중에서 가장 낮고 약한 사람들이었다.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이들 가운데 하나를 영접한다”는 말은 “예수님의 뜻을 따라 사회적 약자들을 보살피고 섬긴다”는 뜻이다. “나를 영접하는 것”과 “나를 보내신 분을 영접하는 것”은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을 낮추어 약자와 소수자들을 섬길 때, 그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임한다는 뜻이다. 

 

묵상: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하나님 나라에 눈 뜨고 그 나라의 원리와 질서를 따라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기독교 신앙은 이 땅에서는 세상의 원리대로 살고 죽은 후에는 하나님 나라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장차 이르게 될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원리는 이 세상의 원리와 다를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세상의 원리에서 보면 하나님 나라는 '뒤집어진 나라'입니다. 우리의 타락한 죄성이 만들어 낸 이 세상의 원리는 “적자생존”, “승자독식”, “약육강식”으로 요약됩니다. 이 원리에 따라 우리는 할 수 있는 대로 높아지려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부리려 합니다. 우리의 죄성은 자신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의 죄성은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면 배척하고 차별하려 합니다. 나보다 더 강하고 부하고 높은 사람에게 줄을 대어 신분 상승을 꾀합니다. 

 

하나님 나라에 눈 뜨고 나면 이 모든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깨닫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원리에 따라 살기를 힘씁니다. 하나님 나라의 원리는 자신을 낮추고 비우고 섬기는 것입니다. 강하고 부하고 높은 사람들에게 줄 대는 일에 관심을 끄고 약하고 가난하고 낮은 사람들에게 눈길을 돌립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따라 사는 사람은 성공하고 번영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은 자신과 다른 원리를 따라 사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 따돌림 당하기도 하고 때로 박해를 경험하기도 하며 때로 순교를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의 제자는 그 길에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갈 때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그 나라에서 누릴 것은 이 땅에서 잃을 것에 비할 바가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기도:

주님, 저희의 마음과 몸에 세상의 원리가 너무도 깊이 배어 있습니다. 저희는 더 높아지려 위만 바라보고, 더 누리고 싶어 부해지고 싶어하며, 더 부리고 싶어 강해지려 합니다. 그래서 약한 사람들, 밀려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고통 받는 사람들을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살면서도 하나님을 보고 싶다고,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저희는 얼마나 모순적인지요! 오, 주님, 저희의 마음과 몸에서 세상의 원리를 말끔히 제하여 주십시오. 저희 자신을 낮추어 더 많은 사람을 섬기는 것만이 저희의 기도 제목이 되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