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묻기조차 두려워 (막 9:30-32)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2. 22. 05:33

 

해설:

그곳을 떠나 예수님은 “갈릴리를 가로질러”(30절) 가신다. “가로질러 가신다”는 말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직행했다는 뜻이다. 예수님은 갈릴리 북쪽에 있던 헤르몬 산에서 예루살렘 방향으로 직행하신다. 그러기 위해서는 갈릴리와 사마리아를 통과해야 한다. 예수님은, 당신이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원치 않으셨다. 그분을 메시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따라와서 소요를 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갈릴리를 통과해 가는 중에 예수님은 예루살렘에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제자들을 준비시키신다. 그들은 메시아이신 예수님이 지상 왕국을 세우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반면, 예수님이 메시아로서 행하실 일은 그들이 기대하는 것과 극과 극으로 달랐다. 메시아로서 그분은 먼저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 죽임을 당할 것이고 사흘 후에 살아날 것이다. “넘어가고”는 “넘겨지고”라고 번역해야 한다. 예수님을 사람들의 손에 넘겨주어 죽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야만 그분은 “인자”로서 영원한 왕권을 받게 될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메시아와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 뜻을 여쭈어 보는 것이 당연한데, 그들은 “예수께 묻기조차 두려워하였다”(32절). 그들이 원치 않는 어떤 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불길한 사태를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묵상:

예수님 일행은 갈릴리 북쪽 헤르몬 산에서 출발하여 예루살렘까지 이동하셨습니다. 직선 거리로 이백 마일이 넘는 거리입니다.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 도보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수일이 걸렸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기간을, 제자들에 대한 특별 교육 기간으로 삼으셨습니다. 이 기간 동안 예수님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적을 행하지 않으시고 제자들을 교육시키는 일에 집중하십니다. 

 

제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교육은 예루살렘에서 당신에게 일어날 일들에 대해 준비시키는 것에 집중되었습니다. 마가복음에는 당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예고하는 장면이 세번 나옵니다(8:31-33; 9:30-33; 10:32-34).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이, 더 자주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메시아가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그분이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실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그럴 수는 없다고 반대했습니다(8:32). 예수께서 그 말씀을 계속하시자, 제자들은 겉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두려워 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뭔가 불길한 것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제자들은 끝내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십자가에 달려 외로이 죽으셨습니다. 그들이 십자가와 부활의 비밀을 깨닫고 받아들인 것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의 일입니다. 오순절에 성령 강림을 경험한 후에는 더 확실한 믿음에 이르렀습니다. 지상 왕국에 대한 제자들의 집착이 그만큼 강했다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는 과연 십자가와 부활의 비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의 절대 다수는 제자들처럼 지상 왕국을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엄청난 이적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그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가심으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오늘 우리는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예수님의 이적의 능력을 끌어들여 이기는 길, 강해지는 길, 군림하는 길을 가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요? 

 

기도:

주님, 제자들의 태도에서 저희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주님을 믿고 따른다고 하면서도 저희는 왕관을 쓰고 싶어 합니다. 혹시나 저희가 원치 않는 일을 하라고 하실까, 두려워 합니다. 혹시나 저희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라 하지나 않을까, 눈치를 살핍니다. 십자가의 길은 주님이 가셨으니, 우리는 영광의 길을 가고 싶어합니다. 오, 주님, 이 믿음으로 저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믿음이라면 저희도 십자가에 달린 주님을 버리고 도망갈 사람들에 속할 것입니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십자가와 부활의 비밀을 제대로 알게 하시고 그 길을 걷게 하여 주십시오.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