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바빌론이 멸망하다.(이사야서 13장)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10. 13. 05:28

해설:

13장부터 27장에는 이스라엘 주변 열강들에 대한 심판 예언이 묶여 있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은 이스라엘만의 하나님이 아니다. 그분은 온 우주와 모든 생명과 모든 민족의 하나님이시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창조주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있다. 그렇기에 이스라엘과 유다에 대한 예언의 말씀 후에 주변 열강들에 대한 예언의 말씀을 묶어 놓은 것이다. 

 

13장은 바빌론에 대한 심판 예언이다. 성경에서 언급된 바빌론은 주전 612년에 메대 제국과 연합하여 앗시리아를 패망시킨 신바빌로니아를 가리킨다. 바빌론은 주변 민족들을 차례로 정복하는 중에 앗시리아의 침공을 간신히 버텨낸 유다를 멸망시킨다. 주전 597년의 일이다. 

 

바빌론의 잔인성은 앗시리아의 그것을 뛰어 넘었다. 그래서 요한계시록에서 바빌론은 절대악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천년을 지속할 것 같던 바빌론은 주전 538년에 신흥 강국 페르시아에게 멸망하고 만다. 이 때 메대(혹은 메디아) 제국이 페르시아를 도왔는데, 그래서 17절에 “메대 사람들”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하나님은 “내가 거룩히 구별한 사람들”(3절)을 불러내어 바빌론을 치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분은 페르시아 군대를 “주님의 군대”(5절)라고 부르신다. 그분이 심판하실 때 위대한 왕국 바빌론은 “소돔과 고모라처럼 될 것이다”(19절).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심판 후의 모습을 보고 두려워 떨 것이다.

 

이사야가 활동하던 시기에 앗시리아가 패망 하리라고 상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바빌론이 유다를 멸망시키고 신흥 강자로 위세를 떨칠 때에도 그 나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절대 왕국 바빌론은 백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도에서 사라진다. 

 

그러므로 바빌론에 대한 심판을 예고한 이 예언은 당시 사람들에게 뜨악하게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사야가 예언한 대로 앗시리아도, 바빌론도 그리고 페르시아도 “주님의 날”(9절)을 맞았다. 

 

묵상:

“나라들 가운데서 가장 찬란한 바빌론, 바빌로니아 사람의 영예요 자랑거리인 바빌론은, 하나님께서 멸망시키실 때에, 마치 소돔과 고모라처럼 될 것이다”(19절)는 예언은 비단 바빌론만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 절대 강자가 되어 호령했던 모든 제국들에게도 해당되는 선언입니다. 인류 역사에 영원한 제국, 영원한 권세는 없었습니다. 한 시대를 호령하고 사라질 뿐이었습니다. 인간의 권력이 커질수록 죄악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절대 군주들은 하나같이 신의 자리에 앉은 듯 죄악을 일삼아 심판을 자초했습니다. 인간이 죄악을 쌓아갈 때, 심판은 반드시 임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사야는 “그 때가 다가오고 있다. 그 날은 절대로 연기되지 않는다”(22절)고 경고합니다.

 

이 말씀은 예루살렘 성전에 대해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하게 합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방문하셨을 때, 제자들이 성전의 위용을 보고 감동하자, 예수님은 “너희가 보고 있는 이것들이, 돌 한 개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질 날이 올 것이다”(눅 21:6)라고 하셨습니다. 정치 권력 뿐 아니라 종교적인 것들조차도 타락하면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지 못합니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눈동자”로 여기고 있던 성전이 심판 받으리라는 사실은 털끝만큼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것을 안다면, 한 편으로는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를 바라 보며, 다른 한 편으로는 이 땅의 그 어느 것에도 절대적 신뢰를 두지 말아야 합니다. 겸손히 자중하며 작은 것에 마음 다하며 살아야 합니다. “위대한 나라”가 아니라 “거룩한 나라”가 되기를 소망하고, “큰 교회”가 아니라 “진실한 교회”가 되기를 기도하며, “만사형통”이 아니라 “바르게 살기”를 소망해야 합니다.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성실한 사람”이 되기를 힘써야 합니다. 

 

땅의 제국에 소망을 두고 사는 사람들은 제국과 함께 소멸하지만, 영원한 나라에 소망을 두고 사는 사람들은 그 나라와 함께 영원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