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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회복의 예언 (이사야서 11장)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10. 11. 05:08

해설:

11장은 9장과 함께 가장 잘 알려진 메시아 예언이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한 가지가 자라서 열매를 맺는다”(1절)는 말은 끊어져 버린 다윗 왕가에서 새로운 왕이 나올 것이라는 뜻이다. 이새는 다윗의 아버지를 가리킨다. 남왕국 유다는 다윗의 후손들이 통치 했는데, 주전 587년에 바벨론에 의해 멸망한다. 이로써 다윗 왕가는 뿌리만 남고 잘려 버린 나무(그루터기)와 같은 신세가 된다. 그로써 다윗 왕가는 끝난 줄 알았는데, 이사야는 남겨진 그루터기에서 새 싹이 나고 가지로 자라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 왕에게는 “주님의 영”(2절)이 임하실 것인데, 그 영은 “지혜와 총명의 영, 모략과 권능의 영, 지식과 주님을 경외하게 하는 영”이다. “모략”은 ‘에차’의 번역으로서 성공적인 전략을 짜는 능력을 가리키고, “권능”은 ‘그부라’의 번역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성령이 임하면 주님을 경외하게 되는데, “경외”는 무서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여기고 섬기는 태도를 가리킨다. 성령이 임하시면 “주님을 경외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3절). 그 왕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으로 하나님의 뜻을 살펴 백성을 섬긴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속지 않고 실상을 꿰뚫어 살펴 정의를 바로 잡는다(3절). 특별히 그 왕은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그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정죄하고 심판한다(4절). 그 왕의 통치 원리는 “정의”(‘쩨테크’, 회복적 정의)와 “성실”(‘에무나’, 일관된 충성)이다(5절).

 

그 왕이 다스리는 날이 오면 모든 갈등과 싸움과 분쟁과 살육이 그치고 모든 생명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낙원이 회복 될 것이다. 6-8절에 그려진 이미지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나의 거룩한 산”(9절)은 일차적으로 시온 산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하나님이 다스리는 모든 영역을 상징한다. 그 왕을 통해 하나님의 다스림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곳에는 에덴의 평화와 복이 회복된다. “물이 바다를 채우듯, 주님을 아는 지식이 땅에 가득하기 때문”(9절)이다. 

 

10절 이하에서는 그 왕이 행할 일들을 좀 더 자세히 묘사한다. 그 왕이 다스리게 되면 모든 민족이 하나님의 거룩한 산으로 몰려올 것이다(10절). 주님께서는 그 왕을 통해 모든 민족들 사이에 흩어져 사는 이스라엘과 유다 백성을 회복시키실 것이다(11-12절). 그 때가 되면 북왕국(“에브라임”)과 남왕국(“유다”) 사이의 원한이 사라질 것이고(13절) 연합하여 주변 민족들을 제압할 것이다(14절). 불레셋, 에돔, 모압 그리고 암몬은 역사적으로 이스라엘과 유다를 끊임없이 괴롭혀 온 민족이다. 또한 주님은 그 왕을 통해 “나일 강의 나라”와 “유프라테스 강의 나라”를 멸망시키실 것이다(15절). 나일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신을 신고 건널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절대 제국들이 소멸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 다음 주님께서는 모든 흩어진 백성을 회복시키실 것이다(16절). 

 

묵상:

어느 나라든 “황금기”라고 일컫는 시대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고려 현종 그리고 조선 세종의 통치 시기를 황금기로 생각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윗 시대를 황금기로 여깁니다. 실제로는 다윗 왕에게도 많은 허물과 죄가 있었지만, 그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삼상 13:14)으로 존경 받았고, 이상적인 왕으로 여김 받았습니다. 그는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이스라엘을 위대한 왕국으로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 이후로 유대인들은 다윗과 같은 왕이 다시 나타나 주기를 기대했습니다. 혈통으로는 다윗의 후손에서 나고 영적으로는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정의와 성실로 백성을 섬기는 왕이 나타나 주기를 고대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에덴이 회복된 것처럼 모든 생명이 각기 제 수명을 다하고 서로 어울려 원복(原福)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시온이 에덴으로 회복되면 세상의 모든 민족이 시온으로 몰려 올 것이며, 이스라엘은 비로소 제사장의 나라로서의 사명을 완수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왕은 나타나지 않았고, 북왕국 이스라엘에 이어 남왕국 유다도 패망하고 맙니다. 다윗 계열의 왕가는  잘려버린 그루터기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인간적인 희망이 완전히 무너진 후에야 사람들은 이것이 지상 왕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영원한 메시아에 대한 예언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나사렛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그분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사흘 만에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 이 예언이 그분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분은 요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의 충만함을 받으시고,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찾아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그분이 선포하신 하나님의 나라는 에덴의 평화와 사랑이 온전히 회복되는 나라였습니다. 그분은 그 복음을 모든 민족에게 전하셨고, 제자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부활하셔서 하나님의 우편에서 성령을 통해 일하시는 그분은 장차 다시 오셔서 모든 것을 새롭게 하여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실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밧모 섬에서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환상을 통해 이사야가 본 에덴의 회복(5-8절)을 경험하고 묘사한 적이 있습니다(계 21장). 결국 이사야는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질 종말의 모습을 예언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