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하늘이 찢어지다!(막15:33-41)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3. 30. 04:52

해설:

예수님은 오전 아홉 시쯤에 십자가에 달리십니다. 그로부터 세 시간 쯤 지나자 갑자기 어둠이 온 땅을 덮습니다. 그 상태는 오후 세 시까지 계속 됩니다(33절). 이 현상은 예수님의 죽음이 우주적 사건이라는 암시합니다. 

 

죽은 듯이 계시던 예수님은 갑자기 “엘로이 엘로이 레마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고 외치십니다(34절). 헬라어로 예수님의 이야기를 쓰고 있던 마가는 가끔 그분이 사용하셨던 아람어를 그대로 씁니다(5:41; 7:34; 14:36). 이것은 시편 22편 1절에서 온 것입니다. 이 시편에서 다윗은 하나님께 버림 받은 것 같은 처절한 고난을 당하여 하나님께 절규하며 구원을 호소합니다. 예수님은 평소에 그 기도를 암송하며 묵상하셨을 것입니다. 십자가에 달려 고난 당하는 동안 그분은 이 시편을 생각하고 그 첫 절을 기도로 올리신 것입니다. 한 절만 기도했지만, 그분의 마음에는 22편 전체를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십자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그분이 엘리야를 부른다고 오해합니다(35절). 어떤 사람이 예수님의 처지를 애처럽게 보았는지 해면에 신 포도주를 적셔서 그분의 입에 대어 드립니다(36절). 갈증을 줄여 드리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런 다음 예수님은 큰 소리를 지르시고 운명하십니다(37절). 나중에 안 일입니다만, 예수님이 운명하실 때 성전 내부에 있던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로 찢어집니다(38절). 이 휘장은 성소와 지성소를 나누는 두꺼운 장막을 말합니다. 일 년에 한 번, 대속죄일에 대제사장이 그 휘장을 지나 지성소에 들어가 백성을 대신하여 하나님에게 나아갔습니다. 이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로 찢어졌다는 말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가르고 있던 장막을 하나님 자신이 손수 찢으셨다는 뜻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죄값을 담당하고 돌아가심으로 인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벽이 허물어진 것입니다. 

 

예수님의 처형을 책임지고 있던 백부장은 모든 상황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그는 예수님이 운명하신 후에 “참으로 이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39절)고 고백합니다. 그가 무엇을 보고 그런 고백을 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예수님에 대해 온전한 신앙 고백을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십자가 위에 달린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하는 것이 예수님의 정체에 대한 가장 온전한 고백입니다. 그 이전에 예수님께 한 고백들은 모두 설익은 것이었습니다. 십자가에서의 희생을 거치지 않은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운명하실 때, 그 자리에는 갈릴리에서부터 그분을 따르던 여인들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 은혜를 입은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40절) 즉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요한과 야고보의 어머니 살로메가 그들이었습니다. 그들 외에도 몇몇 여성 제자들이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묵상:

예수께서 요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갈라지고”(1:10) 성령이 비둘기같이 그분에게 임하십니다. “갈라지고”라는 말은 “찢어지고”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습니다. 죄로 인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가리워져 있던 ‘하늘의 장막’이 예수께서 세례 받으실 때 찢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성령이 그분 위에 임하십니다. 이것은 장차 예수님을 통해 일어날 일에 대한 예고요 전조였습니다. 그분은 죄 없는 분으로서 회개의 세례를 받으십니다. 그분 자신의 죄가 아니라 인류의 죄를 위해 세례를 받으신 것입니다. 

 

그로부터 삼년 여가 지난 후, 그분은 모든 인류의 죄를 짊어 지고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제물로 드립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운명하실 때 성전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로 찢어집니다. 요단 강에서 예고된 그 사건이 실현된 것입니다. 예수님의 희생은 죄로 인해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장막을 찢어버리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저자는 “그러므로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예수의 피를 힘입어서 담대하게 지성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예수께서는 휘장을 뚫고 우리에게 새로운 살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휘장은 곧 그의 육체입니다”(히 10:19-20)라고 썼습니다. 

 

이렇게 하여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 열렸습니다. 예수께서 생명을 바쳐 그 길을 여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그분의 희생이 바로 나를 위한 것이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그분 안에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고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제대로 안다면, 우리는 가인처럼 하나님의 낯을 피해 숨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영원한 형벌이 두려워 떨며 살아야 합니다. 그런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아빠!”라고 부르며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보혈을 지나 하나님 품으로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