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마가복음 15장 16-20절: 조롱과 모욕을 당하시다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3. 28. 04:31

해설:

군인들은 심하게 매질 당한 예수님을 총독 관저 안뜰(브라이도리온)로 데리고 갑니다. 군중 앞에서 충분히 매질한 후에 안뜰로 데리고 간 것입니다. “온 부대”(16절)는 육백 명으로 구성된 로마군 대대를 가리킵니다. 그들은 예수님에게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서 머리에 씌운 뒤에, ‘유대인의 왕 만세!’ 하면서”(17-18절) 조롱합니다. 

 

“자색”은 왕족을 상징하는 색깔이었습니다. “가시관”은 유다 지방에서 자라던 가시나무 가지로 만든 것입니다. 이 나무의 가시는 이쑤시개 정도의 크기에 매우 날카롭고 강합니다. 그것으로 관을 만들어 씌우면서 군사들은 예수님에게 고통을 주는 동시에 조롱힌 것입니다.

 

한 동안 그들의 조롱과 모욕은 계속 되었습니다(19절). 그들은 그분이 참되고 영원한 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참담한 조롱과 모욕을 퍼붓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언행으로 그들의 야만성이 충분히 만족되자 그들은 자색옷을 벗기고 처형장으로 그분을 끌고 나갑니다(20절). 총독 관저에서 예루살렘 성 밖을 나가 골고다에 이르는 길은 6백 미터 정도입니다. 그 길은 지금도 ‘비아 돌로로사’로 불리며 전세계 순례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묵상:

이 대목을 묘사하면서 마가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상상해 봅니다. 그는 한 인간으로서 예수님을 존경하고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모두 사라진 후에도 체포되어 끌려가는 예수님의 뒤를 밟았습니다. 군사들에게 발각되자 그도 역시 맨몸으로 도망치기는 했지만, 예수님에 대한 그의 존경심과 애정은 그토록 강했습니다. 그 존경심과 애정은 부활과 승천 그리고 성령 강림을 통해 무한대로 커졌습니다. 그분은 단순히 위대한 스승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진정 유대인의 왕이시며 또한 온 인류의 왕이셨습니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 마가는 그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인생을 바쳤습니다. 

 

마가는 과거를 회상하며 이 대목을 쓰면서 여러가지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첫째로 그는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마음이 뜨거워졌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능력을 모두 내려 놓고 병사들의 조롱과 모욕을 견디셨습니다. 힘이 없어서 조롱과 모욕을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당장 들어엎을 만한 능력이 있음에도 묵묵히 모욕과 조롱을 견디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게 참고 견디신 이유는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함이었습니다. 마가는 그 무한대의 고통과 희생 안에 자신의 몫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는 눈물을 참으면서 최소한의 단어로, 담백하고 간결하게 이 대목을 묘사했을 것입니다. 적어도 두세 시간은 지속되었을 사건을 단 몇 문장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둘째, 마가는 이 대목을 묘사하면서 병사들의 어리석음과 야만성에 치를 떨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야만성이 잠재되어 있어서 어떤 사건을 통해 자극 받으면 흉한 모습으로 폭주합니다. 그 야만성에 사로잡히면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던 악행을 즐기게 됩니다. 병사들은 아무 힘이 없어 보이는 예수님을 상대로 그동악 억압해 왔던 야만성을 폭발시킵니다. 그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그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일을 당하시면서 예수님은 마음 속으로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눅 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