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감독님과의 만남

새벽지기1 2023. 4. 30. 06:18

     지난 화요일에 저는 리치몬드에 있는 버지니아 연회 센터에 다녀 왔습니다.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중도적인 입장과 전통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교단을 탈퇴하려는 뜻이 없는 목회자들이 새로 부임한 감독님과 만나 대화하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아시아계 목회자들을 대표하여 그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연합감리교회는 2024년 5월에 세계 총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총회에서 동성 결혼한 사람에 대한 목사 안수 금지 규정을 삭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2024년에 통과 되지 않는다면, 4년 후(세계 총회는 4년 마다 열립니다)에는 통과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강경한 보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서둘러 교단을 탈퇴하려 합니다. 그로 인해 갈등과 분열의 아픔을 겪는 교회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적 입장과 보수적 입장을 가진 목회자들이 새로 부임한 감독님과 만날 필요성을 느낀 것입니다. 새로 부임한 감독님은 이 문제에 대해 진보적 성향이 강한 분입니다. 따라서 중도적 입장과 보수적 입장을 가진 목회자들과 교회들이 교단에 남아 있을 경우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강제로 동성 결혼 주례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성과 결혼에 대한 성서적 믿음을 버리도록 강요 받지 않을까, 혹은 동성애자 목회자를 강제로 파송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같은 염려입니다.

    감독님은 그 모든 염려가 탈퇴를 부추기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짜 뉴스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만일 동성 결혼을 한 사람에 대한 안수가 허용된다 해도, 그런 목회자를 원치 않는 교회에 억지로 파송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중도적 입장이나 보수적 입장을 가진 목회자와 교회가 이 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감독님은, 보수와 중도와 진보가 서로를 존중하며 합의를 이루어 하나님의 선교를 이루어 나가는 교단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다섯 시간의 긴 회의를 마치고 나서 참석자들은 안도감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 2천 년의 기독교 역사를 돌아 보면, 교회는 수 많은 갈등과 분열을 겪어 왔습니다. 그 갈등과 분열 중에 지금 돌아보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갈등하고 분열한 경우가 참 많습니다. 교회가 결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유는 오직 하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입니다.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신 것처럼(마 16:18), 교회의 기초는 그분을 구원자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믿음입니다. 그 고백만 같다면, 다른 점에 있어서는 서로의 차이를 견딜 수 있고 품을 수 있습니다. 아니, 서로의 다름을 축하하고 감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속한 교단이 어떤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만 나오는 집단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진실한 고백 위에서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품고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만 하더라도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교우들의 입장이 다양합니다. 어떤 분들은 끔찍하게 여기고, 어떤 분들은 너그럽게 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차이로 인해 결별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로 인해 교회가 나뉘어지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다면, 왜 교단은 안 된다고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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