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2월 22일에 ‘성회 수요일’(Ash Wednesday)로 시작하여 지난 주간 ‘세족 목요일’(Maundy Thursday), ‘성금요일(Good Friday) 그리고 ‘검은 토요일’(Black Saturday)을 지킴으로써 사순절 묵상 여정을 마쳤습니다. 실시간으로 혹은 자신이 정한 시간에 영상과 블로그를 통해 말씀 묵상에 참여해 주신 교우들께 감사 드립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순절이 특별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는 사도행전을 읽고 묵상하는 것에서 큰 은혜를 맛보았습니다. 소장 학자 시절에 저는 사도행전을 연구하여 주석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별로 새로울 것이 없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대하는 본문들이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로웠습니다. 그 사이에 제가 변한 것입니다. 폭우가 쏟아질 때 그릇을 내다 놓으면 그릇의 크기 만큼만 빗물이 담깁니다. 성경을 읽는 것도 그렇습니다. 읽는 사람의 그릇의 분량 만큼 은혜가 담기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이 기간 동안 저 자신의 건강도 좋지 않았고 교우들과 지인들 중에도 앓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순절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애리조나 선교 여행을 다녀 왔는데, 떠나기 전부터 감기 기운과 씨름했고 다녀 와서도 온전히 회복하는 데 두 주일이 걸렸습니다. 선교 여행에 동행하신 교우들 중에도 앓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항암치료로 인해 고통 받는 교우들과 우울증과 조울증으로 인해 고통 받는 지인들의 소식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40일 동안 매일 누군가의 고통의 문제를 안고 기도해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읽으니, 사도행전은 초기 신도들이 겪은 고난의 기록으로 보였습니다. 사도행전을 흔히 ‘성령 행전’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고난 행전’이라고 부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습니다. 오순절에 성령이 임하신 후에 사도들과 신도들은 복음을 들고 땅끝을 향해 갑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수 많은 고난을 겪습니다. 하지만 고난은 사도들과 신도들을 침묵시키지 못했습니다. 사도들과 신도들은 성령의 능력으로 안전하고 평안한 삶을 얻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스스로 반납하고 고난을 자초하고 나섰습니다.
사도들과 초기 신도들의 고난 이야기를 읽고 묵상하다 보니, 우리가 겪는 고난이 소중하게 보였습니다. 고난이 성가시고 귀찮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바울 사도가 그것을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골 1:24)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여 그분처럼 죽는 것을 최상의 영예라고 생각했습니다(빌 3:10-11). 그럴 때 죽은 자들 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를 일으키신 하나님의 능력이 자신에게도 그 부활에 참여하게 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순절 말씀 묵상을 통해 바울의 그 마음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아서 감사를 드립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로 인해 구원 받았으니, 우리도 십자가의 삶을 살아가야 마땅합니다. 그것은 오직 부활하신 주님의 능력에 의지할 때 이룰 수 있는 일입니다. 부디, 우리 각자의 삶에서 그리고 우리 교회의 삶에서 십자가의 형상이 뚜렷이 새겨지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좋은 말씀 > 김영봉목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대감으로 맞이하는 변화 (0) | 2023.04.24 |
---|---|
‘사귐의 뜰’을 열며 (0) | 2023.04.17 |
초청합니다 (0) | 2023.04.03 |
차라리… (0) | 2023.03.26 |
“I Feel Guilty!” (0) | 2023.03.21 |